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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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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행정과 정의- 김태문(경남도 자치행정담당사무관)

  • 기사입력 : 2014-07-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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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正義)란 시대마다 생각하는 관점마다 개념이 달랐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트라시마코스는 “지배계급이 정한 법률, 즉 강자의 이익”이 정의라고 했고, 플라톤은 “나에게도 유익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해롭지 않는 것”이 정의라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약한 다수가 스스로를 위해 확립한 규범”이 정의라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세나 근대에는 종교와 정치권력이 자신에게 유익하고 다른 사람들을 해롭게 하자 종교혁명과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이는 약한 다수가 스스로를 위해 새로운 사회 규범을 만들기 위한 즉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대에 와서는 종교·정치권력보다 자본권력이 정의를 해치는 경우가 많다. 투기자본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매 차익으로 수천억원을 챙긴 것이나, 맥쿼리 자본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연간 1600억 원의 투자 수익을 챙기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자본권력이 정의를 해쳤고 정부는 그것을 바로잡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자에 와서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에서 “노인이 비록 자발적인 의사로 대기업과 5만달러에 배관수리 계약을 했더라도 이는 불공정한 계약이고 이를 동등한 수준의 이익교환이 보장되도록 바로잡는 것이 정의”라고 언급했다. 자본권력에 맞서 정의를 실현한 경우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최근 경남도는 자본재구조화라는 협상을 통해 거가대로 운용사 측에 지급해야 할 비용 2조8000억원을 절감했다.

    또 공공임대아파트 실건축비 산정을 통해 임대아파트 분양전환으로 챙긴 (주)부영의 부당이득이 4000억원임을 밝혀내고 5만여 가구에 평균 800만원씩 반환할 것을 권고했고, 앞으로 분양전환할 경우 실건축비로 분양가를 산정토록 조치했다. 이는 계약불변의 법칙(?)이라는 그간의 관행을 깬 것이고, 자본권력과 불공정했던 계약을 서로 동등한 수준의 이익교환이 되도록 바로잡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말하자면 경남도가 마이클 샌델이 말한 정의의 개념에 걸맞은 일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태문 경남도 자치행정담당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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