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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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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락국 행사 부산 주도, 정체성 없는 김해시

  • 기사입력 : 2014-11-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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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락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김해시임에도 가락국을 소재로 하는 행사의 주 무대가 부산이 되는 이해 못할 일이 벌어졌다. 김해시와 부산시는 지난 8일 부산과 김해시 일원에서 ‘허왕후 신행길 축제’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축제는 가락국 시조인 김수로왕이 인도에서 건너온 허황옥을 왕후로 맞는 국제결혼을 테마로 했다. 이번 축제의 기념행사와 메인행사는 부산 화명동 생태공원에서 열렸으며, 축제 연계행사는 김해의 대성동고분군과 수로왕릉 일대에서 진행됐다. 축제의 주도권은 부산이 가진 것이다. 가락국 발상지인 김해가 축제의 소재를 부산에 제공하고 정작 자신은 보조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주객이 전도되면서 가락국 본산으로서 김해 시민의 자존심도 훼손됐다.

    아시아태평양도시관광진흥기구(TPO)가 주관한 이번 축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닌 가락국의 국제결혼을 테마로 해외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전략도 담겨 있었다. 그에 맞춰 중국과 일본 등 해외관광 유치 대상국들의 여행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지역 관광상품을 홍보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부산시가 주도하는 축제가 됨으로써 해외 관광객 유치 등 관광 활성화는 부산을 중심으로 이뤄질 우려도 없지 않다. 김해시는 가락국의 역사 등을 콘텐츠로 제공하는 들러리 역할에 그치고 있다. 좋은 관광 콘텐츠가 부족해 전전긍긍하는 지자체도 있는데 자신이 보유한 콘텐츠를 이웃 도시 좋은 일만 시켜서는 안 된다.

    허왕후 신행길 축제는 올해의 성과에 따라 매년 정기행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는 첫 행사 개최 사실을 내세우며 축제의 주도권을 쉽사리 놓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김해시가 올해 행사를 예산 규모에서 부산시에 밀려 주도권을 내줬다는 변명은 행사 성격에 비춰 설득력이 없다. 다른 행사면 몰라도 가락국 관련 행사는 김해시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이런 행사를 보조 역할에 그친다면 가락국의 본산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예산을 확보해 행사를 주도하거나, 부산 주도에는 참여하지 않는 게 김해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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