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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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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셰일 역풍’ 경남 해양플랜트산업 ‘직격탄’

수주 80% 감소… 특수선 건조 기술 등 정책 전환 필요
삼성중 등 빅3도 수주 물량 줄어
道 ‘해양플랜트 강국’ 계획 차질

  • 기사입력 : 2014-11-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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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이 거제 해양플랜트 생산단지에서 건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FPSO(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하역설비). 최근 셰일가스 발굴 본격화로 석유 시추에 투입되는 해양플랜트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경남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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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일 에너지혁명으로 해양플랜트 산업의 집중 육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 셰일 오일·가스 생산 붐이 일면서 경남의 신성장동력인 해양플랜트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대응에 대한 본격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셰일 오일·가스의 대량생산이 기존 에너지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가져와 세계 유가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해양플랜트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셰일 오일·가스 생산 붐= 미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셰일 오일·가스 발굴을 해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셰일층에서는 원유나 가스가 넓은 지역에 얇게 퍼져 있으면서 유동 능력이 매우 낮아 기술적, 경제적 이유로 상업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들어 수압파쇄(암석을 깨기 위해 물과 화학물질을 흘려보내는 방법)나 수평시추공법(일정 깊이까지 수직으로 땅을 파고 들어간 후 특정 각도로 비스듬히 뚫는 방식) 등 획기적인 채굴기술의 발전으로 가스의 대량 추출이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이 기술로 석유개발 붐도 함께 일면서 미국의 일일 원유생산량은 세계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리비아 수준에 육박하고 있으며 수출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천연가스도 셰일가스 생산으로 지난 2009년부터 세계 1위 생산국에 올랐다.

    이에 맞서 쿠웨이트 등 전통 산유국들도 생산원가가 더 높은 미국 셰일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감산을 하지 않고 가격을 계속 내리면서 올 들어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기름값은 계속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또 중국의 최대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천연가스유한공사)가 내년까지 총 130억위안(약 2조2500억원)을 투자해 셰일 오일·가스 생산에 나서기로 하는 등 러시아, 아랍권 등으로도 셰일 분야 개발이 확산되면서 유가상승에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와 쿠웨이트 등 OPEC 회원들이나 셰일 오일·가스 업계가 지금은 일정 부분 손실을 보더라도 서로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킨 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내년 상반기 유가를 배럴당 70~80달러로 보는 등 향후 전망이 하향 안정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남 해양플랜트 산업 영향은= 셰일 오일·가스는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엄청난데다 발굴기술의 지속 발전으로 해양플랜트보다 생산원가가 계속 낮아지면서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경우 오일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는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에 올 들어 3분기까지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의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80% 정도 줄어든 상태다.

    이로 인해 경남도가 ‘오는 2020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세계 1위 조선해양플랜트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도는 해양플랜트산업 육성을 위해 거제 해양플랜트 첨단산업단지를 국가산단으로 조성하는데 민간자본 등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하동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 설립에 717억원, 하동 해양플랜트 대학원대학교 설립 600억원, 하동 심해자원 생산설비 성능실증베드 구축사업 230억원, 거제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 1900억원(2030년까지)의 투입을 밝힌 바 있다.

    도는 또 외국에 거의 의존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국산화율 60%를 달성하고 설계·엔지니어링 원천기술을 확보하고자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고성 조선해양특구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경남의 대응은= 전문가들은 셰일 오일·가스 붐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이 장미빛 전망이던 2~3년 전에 비해 상당부분 축소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셰일 시장과 경쟁을 보이며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가 해양플랜트만 집중 투자하는데서 벗어나 조선분야 등과 적절한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한다고 지적한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IT공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해양플랜트 사업비중을 적절히 줄이는 것 외에는 혁신적인 방법은 없다”면서 “대신에 셰일 붐에 맞춰 발주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LNG운반선이나 친환경 선박 개발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기자재업계 관계자도 “해양플랜트도 장기적으로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이제는 조선분야로도 눈을 돌려 기술우위로 향후 시장을 주도할 고효율 연비 선박, 친환경 선박, 중소특수선 등에도 경쟁력을 높여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차지혁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센터장은 “해양플랜트 시장이 셰일 오일·가스로 인해 위축될 수 있지만 에너지시장은 세계경기나 국제관계 등 변수가 많아 어떤 식으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해양플랜트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돼야 한다”면서 “해양플랜트 기술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상호 연관이 있고 해외원전이나 발전설비, 해수담수화설비 등 해양 관련 산업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민철 대우조선해양 전문위원은 “조선과 해양분야는 순환적으로 발주가 이뤄져 적절한 균형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오일 메이저들은 관망하다 앞으로 2~3년 후 (원가를 줄 일) 획기적인 기술을 갖고 해양플랜트의 본격 발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시장이 최소한의 현상유지는 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산화율이 낮은 기자재업체에 대해선 국내뿐만 아니라 수출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대기업에서 절대 부족한 설계·엔지니어링 분야도 꾸준한 인력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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