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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위기 맞은 거창국제연극제- 서영훈(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6-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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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산업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인간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음악과 영화, 연극 등의 문화상품은 공해를 거의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이윤을 만들어낸다. 더구나 그 출발은 하나의 상품에서 시작됐더라도, 수많은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면서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어느 나라든, 어느 기업이든, 문화산업에 목을 매는 이유다.

    인구 7만명에도 못 미치는 거창이 거창국제연극제라는 문화상품을 갖게 된 것은 큰 행운이다. 1989년 경남 5개 극단이 참가한 가운데 시월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거창국제연극제는 참가극단이 전국으로 또 해외로 확장되면서 국제연극제로 발돋움했다. 더욱이 실내무대에 국한됐던 공연이 명승 수승대 야외무대로 옮겨지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이제 매년 2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다. 입장료 등의 직접적인 수익은 2억원에도 못 미치지만, 숙박 및 음식, 교통, 유통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200억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과, 화강석 외에는 이렇다 할 상품을 갖지 못한 거창이 ‘굴뚝 없는 산업’으로 성장할 만한 문화상품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너무 나간 탓일까. 국가 보조금을 포함해 많은 사업비가 집행되는 과정에서, 수년 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뒤이어 거창국제연극제 주관단체인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도 신·구 집행부의 극심한 대립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공연작품의 수준이나 관객 동원력에도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올해 거창국제연극제가 제대로 치러질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흔히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그러나 위기가 왔다고 기회가 절로 열리지는 않는다.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 내고, 이를 근본적으로 제거해야만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법이다. 거창국제연극제도 마찬가지다. 먼저 지금 맞고 있는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밝히는 게 중요하다. 사람 탓인지, 시스템 탓인지, 아니면 사람과 시스템 모두가 문제인지 따져 봐야 한다.

    연극제 운영과 관련해 지금처럼 잡음이 새어 나오면, 당장 올해 연극제 관객 유치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려워해 위기의 원인을 유야무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그랬다간 더 큰 위기를 맞고, 끝내 좌초할 수 있다. 27년을 이어온 거창국제연극제는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지역의 모든 역량이 모아져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주관단체와 지역 연극인뿐 아니라 지역사회, 그리고 사업비를 지원하는 자치단체 등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안을 공동으로 또 공개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거창을 대표하고, 거창 지역경제를 살찌우고, 거창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인 거창국제연극제에 대한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영훈 사회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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