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절도 살인 사기 폭력
그런 것들의 범죄 틈에 끼어서
이 세계의 한 모퉁이에서 태어났다
시인의 말은 청계천 창신동 종삼 산동네
그런 곳의 욕지거리 쌍말의 틈에 끼어서
이 사회의 한 동안을 맡는다
시인의 마음은 모든 악과 허위의 틈으로 스며나온
이 시대의 진실 외마디를 만든다
그리고 그 마음은
다른 마음에 맞아죽는다
시인의 마음은 이윽고 불운이다
☞ 요즘 들어 그리워지는 마음들이 있다. 새벽이슬에 뒹군 마음, 맑은 옹달샘을 망개 이파리로 떠 마시고 자란 마음, 술자리에서 흘러간 유행가 구성지게 불러내는 마음, 불알친구 빚보증 서고 세간 다 털려도 막걸리 한 사발에 다 털어버리는 마음, 마누라 새끼들 바지게에 짊어지고 불평 하나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마음, 세상이 길들일 수 없는 뻣뻣한 갈기 무성한 마음, 모든 악과 허위의 콘크리트 틈으로 외마디 진실의 민들레 한 송이 혼신으로 피워내는 마음, 시커먼 구둣발에 밟히는 붉은 꽃잎처럼 정의로운 불운을 기꺼이 감당하는 마음…. 회사후소繪事後素(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후에 행한다)라 했던가! 언어의 장인이기에 앞서 마음의 바탕이 시인의 자질이라고 고은은 역설한다. 이중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