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마친 민 언니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 커다란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임자도 없는 가슴이 왜 이래 커?”
정수련이 민 언니의 가슴을 보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슴이 크니까 귀찮아 죽겠다.”
“왜?”
“커서 덜렁거리는데 그게 쉬운지 알아? 쓸모도 없는데… 애 젖먹이는 것도 아니고….”
민 언니가 맞장구를 쳤다. 서경숙은 그들을 데리고 주차장으로 갔다. 민 언니가 뒷자리에 타고 정수련이 옆에 탔다. 서경숙은 운전을 하여 중부고속도로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너네 땅은 어디 있어?”
민 언니가 서경숙에게 물었다. 그녀는 통이 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정수련은 몸매가 좋아서 반바지에 셔츠 차림이었다.
“충주와 제천 사이.”
“얼마나 되는데?”
“12만평… 대부분 산이야.”
“왜 그렇게 많이 샀어?”
“경매로 샀는데 시가의 3분의 2에 샀어. 더 떨어질 때를 바라고 입찰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는데 깜짝 놀랐대.”
“그런데 뭐하려고 땅을 그렇게 많이 샀어?”
“몰라. 귀신에 홀렸나봐. 나중에 시골 내려와 살고 싶기도 하고….”
충주에 있는 땅을 산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아이들과 여행을 할 때 문득 땅이나 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에서 임야 경매 공고를 우연히 본 것이다. 몇 군데 부동산에 알아보자 임야도 값이 내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값이 많이 올랐어?”
“산 지 일 년 정도밖에 안 되었어.”
“죽으면 거기에 산소 쓰면 좋겠다.”
정수련의 말에 서경숙은 유쾌하게 웃었다.
“커피나 한 잔 마시고 가자.”
뒷자리에서 민 언니가 말했다. 서경숙은 만남의 광장에 차를 세웠다.
“경숙아. 너 조 사장 싫어?”
커피를 마시면서 민 언니가 다시 물었다.
“싫어.”
“사람 좋대. 기운도 좋고.”
“그렇게 좋으면 언니나 가져.”
서경숙의 말에 정수련이 웃음을 터트렸다. 민 언니는 젊은 남자를 사귀었다가 돈도 뜯기고 매까지 맞았었다.
“난 남자라면 신물이 난다.”
민 언니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출발했다. 중부고속도로는 훤하게 뚫려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