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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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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인권 현주소 (하) 대책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조건’ 완화해야
사업장 휴·폐업, 폭력, 임금체불 등 귀책사유 입증해야 이동 가능
자율이동 방안·사업장 선택 등 필요

  • 기사입력 : 2018-08-0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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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을 우선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해의 한 제조업체에서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상시로 5명 내외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매년 결정된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숙소도 내국인들이 사용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장동 옆에 설치된 기숙사에는 원룸 형태로 노동자 1인당 1개의 방이 주어진다. 업체 대표 A씨는 “외국인 노동자 역시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며 “이들의 근로환경이 나아지면 그만큼 성과도 뒤따라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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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픽사베이/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환경 개선과 인권 신장을 위해 개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사업장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사업장에서는 사용자의 갑질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직장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고용허가제를 바로잡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긍정적인 변화도 적지 않지만 까다로운 사업장 변경 조건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귀속되게 하는 문제점도 있다. 특히 사업장 변경 조건에는 사업장 휴·폐업, 임금체불, 폭행 등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발생해야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동자가 사용자의 귀책 사유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여서 자유로운 계약관계라기보다는 구속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당장 고용허가제의 큰 틀을 바꿀 수 없다면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사업장 변경 조건부터 우선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형진 김해이주민주권센터 대표는 “사업장 변경 조건은 사용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폐쇄적인 조항으로 폭력, 성폭력, 부당노동행위 등 다양한 형태의 인권 침해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며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사업장을 옮기는 방안을 마련하고 취업 당시 자신과 맞는 사업장을 선택할 기회를 주는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수년 전부터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이 같은 사업장 변경 조항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자리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 역시 권익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3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고용허가제 송출국 대사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인 노동이 존중받고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 외국인 노동자도 예외가 아니다”고 했다. 김 장관은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정당한 대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권익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조건 완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노동시장과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추진되고 있어 원만한 합의를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사업장 변경 문제에 대해 개선 작업을 하고 있고 사용자와 노동자단체,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국내 노동시장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최대한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동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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