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진단] "우리 동네만은 안돼"…갈 곳 잃은 김해 공공 동물화장장

시 “상동면이 최적 후보지”
주민 “우리마을 안돼” 제동
타당성 결과 따라 최적 후보지 제안

  • 기사입력 : 2018-12-23 22:00:00
  •   

  • 사설 동물화장장 난입으로 인한 주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김해시가 전국 첫 공공 동물장묘시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지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타당성 조사를 통해 ‘최적 후보지’가 제안됐지만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메인이미지
    자료사진./경남신문 DB/

    ◆공공 동물장묘시설 추진 배경은?

    김해시에는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사설 동물화장장 건립 신청이 잇따랐다. 주민들은 환경오염과 생활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곳곳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는 생림면과 상동면 등 3곳에서 동물화장장의 건축허가·개발행위변경허가 신청이 들어오면서 주민들은 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시는 화장시설이 주민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허가 신청을 반려했지만 사업자들은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경남도는 김해시가 사업자의 신청을 불허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대부분 사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김해시에는 현재 5곳의 사설 동물화장장이 운영 중이거나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곳곳에서 집단 민원이 발생하자 시는 조례를 통해 동물장묘시설의 입지와 지역을 제한하는 조례를 추진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동물장묘시설의 입지와 지역, 개수를 제한하는 조례 제정은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시는 동물화장장 건립으로 인한 주민 민원을 최소화하고 반려동물 사체의 처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공공 동물장묘시설을 추진해왔다. 지난 7월 농식품부의 ‘공공 동물장묘시설 건립 지원사업 계획’에 따라 김해시가 대상 시군으로 선정됐고, 지난 2월 입지 선정 등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발주했다.

    ◆시 “상동면 최적지” vs 주민 “건립 안돼”

    시는 인가 밀집지역에서 최대한 떨어지면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시유지를 대상으로 타당성 용역을 진행했다. 용역 결과 상동면 일원이 최적 후보지로 제안됐다. 시는 국비 15억원을 포함해 57억7600만원으로 반려동물 화장시설, 장례식장, 봉안시설 등을 계획하고 주민 설명회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민들과 시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김해시의회 엄정(생림면·상동면·북부동) 의원은 “동물화장장 건립 예정지 주변에는 산림 훼손이 동반되고 인근 취수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크다”면서 “급경사지가 대다수인 산길로 접근성 또한 많이 떨어지는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해시내 사설 장묘시설은 생림 2곳, 상동 1곳, 생림·상동 접경지역 1곳, 한림 1곳이 있다“며 “지역 주민들은 이미 사설 화장장 문제로 큰 갈등을 겪었는데 또다시 상동면에 공설 화장장이 들어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입지 재검토를 시에 요청했다. 엄 의원은 지난 14일 열린 2차 본회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주민들의 반발에 김해시는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권대현 농업기술센터소장은 지난 14일 시정질문과 관련한 답변에서 “일부 의원님들로부터 1순위 후보지(상동면) 외에 제3의 장소에 대한 재검토 요청이 있어 현재 3000㎡ 이상의 시유지 480여 필지에 대해 정밀 검토 중에 있다”면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후 시설 규모를 결정하고 주민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최종 후보지는 주민설명회에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1순위 고려 사항은 주민 의견”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면서 사체 처리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의 ‘2017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5000명 대상)’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처리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장묘시설을 이용해 처리하겠다’는 응답이 59.9%로 가장 많았고, ‘주거지·야산 매립’(24%), ‘동물병원에서 처리’(12.9%) 등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동물장묘시설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커 김해시 외에도 대구시, 경기도 등에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사설 동물화장장 운영자들은 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미미할 뿐더러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동면 주민 박모씨는 “화장시설에서 나오는 연기와 냄새는 주민들의 생활권을 파괴하고 주변에 사육 중인 가축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며 “내 집 가까이 동물화장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지난 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민홍철(김해 갑)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대안)’이 원안 가결되면서 공공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필요성도 주목받고 있다. 개정안은 20가구 이상 인가 밀집지역과 학교 등 공중 집합시설로부터 300m 이내의 장소에는 동물장묘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상완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물화장장으로 인해 편익을 보는 사람들은 이용자들인데 그로 인한 비용을 일부 주민들에게만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공익 시설에 대해 모두 다 거부한다면 어느 곳에도 설치할 수 없고 지역사회 공동체는 황폐화된다”고 했다. 심 교수는 이어 “용역 결과 상동면이 나왔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낙점해서는 안된다”며 “주민들의 반대 논리가 무엇인지, 다른 제안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지 등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영태 김해YMCA 사무총장은 “추진 속도를 늦추더라도 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상동면도 추후 인구 유입 등의 가능성이 있어 김해시 도시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박기원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