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투데이] 만나는 사람마다 껌을 주는 함안군 송준식 사무관
“함안군청서 제 껌 안받은 사람 거의 없을 걸요”1987년 5월부터 군청 민원실서동료·민원인에 커피 대신 껌 전달
- 기사입력 : 2020-06-30 21: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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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공무원 생활을 30년 이상 해오면서 항상 껌을 사서 만나는 사람들이면 누구에게나 껌을 주는 사람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함안군에서 지난달 말 경제기업과장으로 정년퇴직한 송준식 사무관. 그는 함안 군내에서 ‘껌맨’으로 통한다.
송준식(왼쪽) 함안군 사무관이 민원인에게 껌을 주고 있다./함안군/그가 껌을 사서 사람들에게 주게 된 동기는 1987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청 내에는 민원실에 커피 자판기 1대가 설치돼 있었다. 근무일 아침이면 자판기 앞에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할 정도로 커피의 인기가 좋던 시절이었다.
당시 사무실(민방위과)에서 가장 막내였던 그는 근무 중 손님이 오면 자판기 커피를 대접해야 했다.
어느 날 그는 커피 자판기 앞에 서서 기다리던 중 문득 “낮에 군청을 찾는 손님에게 껌을 하나씩 권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그가 껌을 나눠주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쌀 한되에 8000원은 해야 커피를 마신다는 신념도 일부 작용했다. 그는 지금도 커피는 마시지 않고 있다.
이때부터 그는 껌을 사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게 됐다. 특히 껌을 씹을 수 있는 사람은 턱과 치근이 튼튼하고, 껌을 씹으면 정신집중력과 기억력, 치매 예방에도 좋을 것으로 그는 생각하고 있다.
송준식 사무관 책상 위에 놓인 껌.외국이나 국내에 출장 시, 동창회 모임, 함안아라문화제, 낙화놀이 등 행사장에서도 그는 항상 껌을 사서 주고 있다. 껌을 주지 않으면 껌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도 있어 매년 반복하고 있다. 한 달 껌값으로 대가족(5명 이상) 한 달 쌀값보다도 더 많이 든다.
그는 자신에게 껌을 받은 사람은 대략 군민(6만6000여 명)의 20% 이상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군청 공무원 800여 명 중 껌을 한 번 이상 안 받은 이가 없을 정도다.
틀니 이용자인 줄 모르고 상대방에게 껌을 건넸다가 혼쭐이 난 적도 있다. 때론 슬픈 기억도 있다. 껌이 자신의 신발 바닥에 밟혔을 때는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는 “30년 넘게 다른 사람들에게 껌을 주면서 껌과 관련된 많이 기억들이 쌓이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껌 전도사로 활동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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