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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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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원격 강의 2년 해 보니-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4-03 22: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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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사는 사회는 멈추었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먹고사는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분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 역시 코로나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로서는, 여러 어려움 중에서도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좀 억울한 이야기 중에 하나가 원격 강의를 하게 됐을 때, 교수나 대학 직원들이 일도 하지 않고 편하게 돈 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해는 충분한 대학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제기되는 대학 등록금 인하 요구에서도 일 안 한 교수나 직원들의 급여도 반납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형태로 발현되기도 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영상을 몇 년째 다시 틀고 있는 경우나 원격을 빙자해서 제대로 된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아예 틀린 이야기도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원격강의에 평상시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갑작스레 찾아왔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원격강의를 하면서 진정 어려웠던 부분은 따로 있는데, 그건 바로 원격강의의 실효성에 대한 부분이다. 학생들을 직접 마주하고 호흡하지 못해 아쉽다는 교수자 개인의 넋두리가 아니다.

    최근에는 실습 등 다양한 교수 방법이 도입되고 있지만, 대학에서는 여전히 강의가 가장 일반적인 교육형태이다. 이는 전문 지식을 단기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대부분 강의라고 하면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의는 코로나 상황에서는 오히려 원격으로 진행되는 것이 효과적이며,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앞으로 모든 강의는 온라인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실제로 강의를 진행해 보면, 실습이나 경험에 기반한 교육 방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단순한 지식의 전달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일방적인 강의에서도 교수와 학생이 실제로 대면하는 강의실에서는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직접적인 질의응답과 토론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교수자들은, 학창 시절에 한번 정도 들어봤을 법한 ‘눈빛만 봐도 다 알 수 있다’는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표정이나 분위기 속에서도 강의를 계속 진행해 나갈지, 아니면 되돌아가 다시 설명할지 그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그런 부분이 배제된 강의는 그 효율성이 반감된다. 그리고 원격 강의의 경우 분명한 동기부여와 철저한 준비가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원격 강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원격 강의 체제에서 학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학습 관리에 대한 추가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고, 실제로도 과제의 부과 등을 통해 어느 정도는 해소될 수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직접 마주해 소통 속에 가능할 수 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그럼에도 이번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것도 있다면, 그것은 원격 강의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자각이고, 대학과 같은 교육 기관에서의 교육은 온전히 원격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해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아예 다른 차원의 원격 강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건 강의의 장소가 더 이상 물리적인 장소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대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상호 간의 소통이 보장되지 않은 원격 강의는 실제 교육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지금의 대학의 위기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필자는 일전에 작금의 대학의 위기는 대학이 역할을 다하지 못함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전히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 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명백해졌듯, 결국 올바른 교육은 상호 간의 소통 위에 성립될 수 있음을 주목한다면, 대학이 이 위기를 넘어 이 사회의 구성 부분으로 존재하기 위한 길도 보이지 않을까?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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