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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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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정치권의 볼모가 된 지방자치- 김명현(함안의령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4-05 20: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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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 광역·기초의원의 선거구 및 정수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 선거구 및 정수 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아무런 결정을 내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이견이 큰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 이견으로 광역·기초의원 정수 결정,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획정도 잇따라 지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 선거 예비 후보자들은 수개월째 어느 선거구에 출마해야 하는지, 정수가 얼마인지도 모른 채 깜깜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양당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인구 최다·최소 선거구 간 인구비율 4대 1 기준이 표의 등가성을 저해한다며 3대 1로 조정해야 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지난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광역의원 선거구 및 정수 협상을 해왔다. 그러나 광역의원 선거구를 어떻게 획정하고, 정수는 몇명으로 하는 것이 자기 당에 유리한지 견주다 법적 시한을 넘겼고 선거일을 50여일 앞두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기다 민주당이 대선 과정에서 급하게 약속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이번 지방선거부터 적용하자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더욱 어려워졌다. 민주당은 하나의 선거구에서 최소 3인의 기초의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해 양당 독점 체제를 깨자는 관련 법안까지 발의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같은 법안이 애초에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헌재 판결대로 광역의원 정수 및 선거구만 우선 조정하자고 맞서고 있다.

    정개특위 여야 간사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최종 협상에 나섰지만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극명한 의견차만 확인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기존 법안을 수정해 기초의원 정수를 ‘3인 이상 5인 이하’로 설정하고 서울 및 경기·인천에만 우선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기초의원을 6인 이상 선출할 때에 선거구를 분할하도록 하면 최소 정수를 3인으로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기초의회까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다당제를 하는 건 개악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기초의회가 정당정치에 휘둘릴 우려가 커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수 정당들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거대 양당 독점체제를 타파하고, 다당제 구현을 통한 여론 다양성 수렴을 위해서는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양당을 압박하고 있다.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여부는 거대 양당은 물론 소수 정당들과 지방자치 전문가,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해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이 과정은 아쉽게도 생략됐다. 어쨌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촉박한 일정 속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서로간에 극적인 양보안이 나오지 않으면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여기다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8일에야 선출되는 만큼 양당 협상은 이날이 지나야 가능하다. 깜깜이 선거운동이 더 진행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치권의 득실 계산 때문에 지역 대표를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볼모로 잡힌 셈이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도 시간을 갖고 진지한 토론과 협상을 하지 않은 정치권은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김명현(함안의령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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