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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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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신통상질서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 진병진(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4-24 19: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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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명실 공히 선진국으로 도약한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이러한 비약적 성장은 기업과 정책당국의 훌륭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고밀도의 산업화가 이루어져 왔기에 가능했다. 기업은 양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정책당국은 기업 지원 제도를 상황에 맞게 운영해 온 결과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남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끈 중심지였다.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마산자유무역지역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메카이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전파되는 창구였고, 경남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세계 각국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이는 비단 양질의 제품을 잘 만드는 것뿐 아니라 잘 팔기 위한 노력도 시대적 상황에 맞게 기업과 지방정부가 함께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남의 경제 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있다. 그 이유는 경남의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정보기술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제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 산업의 발달과 별개로 전통적 제조업은 여전히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간 잘 이루어져 왔던 기업과 지방정부의 팀워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이 상대적으로 시장과 상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정부 측면의 지원 체계가 현재의 상황에서 기업이 실제 필요한 영역에 맞추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의 세계 통상 질서는 WTO 중심의 도하개발아젠다(DDA)가 타결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약속된 국가끼리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혜택을 공유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흐름에 적극 동참하여 그 영역과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FTA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다양한 제약이 존재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적·물적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업은 활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를 포함한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 기업의 FTA 활용 지원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고 그 결과가 해당 지역 기업들의 높은 활용률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경남의 상황은 어떠한가? 지난 2월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포함해 18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경남지역 기업의 FTA 활용 수준은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경남은 전국 지자체 중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제조업이 운영되고 있는 지역으로 FTA 활용 필요성 또한 높은데도 말이다.

    이는 FTA 활용 수준이 높은 수도권의 경우 지자체들이 기업의 FTA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자를 두고 기업의 사업 활동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반해, 경남은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지원 체계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통상 환경이 변화한다고 해서 기업의 역할과 지방정부의 역할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는다.

    기업은 여전히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고, 지방정부는 이들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포착해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실시하는 것이 제대로 된 팀워크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 지원은 새로운 기업의 유치와 그들의 성공적 안착에만 집중되어서는 안 되며, 경제 활력은 기업의 유치를 통한 경제 총량의 증대나 새로운 산업 구조로의 재편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기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지원 방법이 상황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지면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지원 방법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 변화가 반영돼야 한다.

    시대적 요구가 FTA의 활용이라면 기업에 대한 지원도 이에 맞춰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진병진(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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