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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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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인공췌장 시대’로] 피보지 않고도 혈당관리 한다고?

신체 외부에 장착하는 연속혈당측정기
환자 복부·팔 등 조직에 센서·캐뉼라 꽂아
인슐린 펌프 조절장치에 실시간 정보 제공

  • 기사입력 : 2022-05-09 08: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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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21년 캐나다의 외과 의사였던 프레더릭 밴팅(Fredrick Banting)과 그의 조수였던 의대생 찰스 베스트(Charles Best)가 최초로 소의 췌장(膵臟) 추출물을 통해 인슐린(Insulin)을 발견하였고, 이후 당뇨환자의 치료에 적용한지 이제 100년이 됐다. 인류 최초 인슐린 치료 대상이었던 레오나드 톰슨(Leonard Thompson)은 당시 14세였으며, 인슐린 치료를 통해 13년을 더 생존했다. 당시 1형 당뇨병 환자들이 진단 후 대부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히 혁신적인 치료법의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창원파티마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구대정 과장이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창원파티마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구대정 과장이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인슐린을 치료에 적용한 지 1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만큼 당뇨병 치료에서도 혁신적인 발전이 있어 왔다. 1형 당뇨병 환자 치료의 근간이 되는 인슐린뿐만 아니라,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의 치료에 있어서도 새로운 경구 당뇨 약제 개발이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최근 그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인슐린 치료는 1형 당뇨병 환자에서만 적용되고 2형 당뇨병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거나, 치료하더라도 질병의 말기에 가서나 적용하는 것으로 오해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2형 당뇨병도 적절한 관리가 없을 경우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의 저하 및 소실로 이어져 1형 당뇨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조기 인슐린 치료를 통해 2형 당뇨병의 관해(貫解, remission)까지도 이루어 질 수 있음이 최근 연구에서 객관적인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인공췌장(人工膵臟, Artificial Pancreas, AP)은 혁신적인 인슐린 주입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췌장이식(膵臟移植)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와는 다르게 신체 외부에 장착된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System, CGMS)와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를 인공지능 같은 제어 알고리즘으로 통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최적의 혈당을 유지 및 관리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의 인슐린 투여 환자의 경우 매 식사 전후 및 필요 시 자가혈당 측정이 필요하며, 하루 수차례 인슐린 투여로 불편함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정밀한 인슐린 용량 제어가 어렵고, 저혈당 및 고혈당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충분한 교육을 통해 그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도 있으나, 모든 환자를 제대로 교육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인공췌장의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인 연속혈당측정기는 환자의 복부나 팔의 피부 밑 간질(間質, Interstitium) 조직에 가는 실 형태의 센서-캐뉼라를 꽂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이나 인슐린 펌프 조절장치에 혈당정보를 제공하는 장치로서, 저혈당 및 고혈당에 대한 알람은 물론 혈당 변동 추세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혈당 데이터를 다른 사람과 공유도 가능하다. 연속혈당측정기는 2020년 1월부터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인공췌장의 개념은 단순한 인슐린 펌프로부터 시작하여, 2006년에 비로소 저혈당과 고혈당의 위험을 줄인 센서연동형 인슐린 펌프(Sensor Augmented Pump, SAP)가 출시되었다. 이후 2017년에는 하이브리드 폐회로(Hybrid Closed-loop) 인공췌장이 정식으로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허가를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도입되어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평소 기저 인슐린(Basal Insulin)을 폐회로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조절하지만, 음식 섭취 시 투여되는 식사 인슐린(Bolus Insulin)의 경우 환자의 개입이 일부 필요하다. 실질적인 인공췌장에 한걸음 더 다가선 완전 자동화 폐회로(Fully Automated Closed-loop) 인공췌장의 경우 평소 기저 인슐린과 식사 인슐린을 환자의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지만 아쉽게도 아직 임상 현장에 적용되고 있지는 못하다. 더 나아가 향후 실제 사람의 췌장과 같이 인슐린뿐만 아니라 글루카곤(Glucagon)을 주입하는 기능을 갖춰 저혈당까지 조절 가능한 완전 자동화 다중 호르몬 폐회로(Fully Automated Multihormone Closed-loop) 시스템도 개발 및 연구 중이다.

    최근에는 DIY(Do-It-Yourself) 혹은 오픈 소스 인공췌장(Open Source AP)으로 불리는 환자 개인이 직접 만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 장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는 인공췌장의 개발 및 허가 기간이 너무 길어 환자와 그 가족들이 기다림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으며, 구입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현실을 배경으로 2013년부터 ‘우리는 기다리지 않는다(We are not waiting)’ 외침과 함께 시작되어 현재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 기기와 앱을 개발하여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오픈 소스 인공췌장의 경우 정식으로 관계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다. 또한 안전성 및 효능 역시 개관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어서 사용하는 환자 스스로 법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인공췌장 시스템은 일반 환자에게 있어 사용 초기 적응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가격적인 단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탄수화물 섭취량 확인만으로 최적의 인슐린 용량 설정과 세밀한 혈당 조절 그리고 저혈당 예방을 통해 자가혈당측정과 다회인슐린주사요법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장기적인 예후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구대정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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