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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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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발달장애인 사례관리 ‘인력 부족’이 비극 키운다

  • 기사입력 : 2022-06-13 2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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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 17개 시군 사례관리사업 시행
    창원 제외하곤 관리사 1~2명 불과
    관리사 1명이 2633명 담당하기도
    과중한 업무에 세밀한 관리 불가능
    장애인 단체 “최소 4인 이상 돼야”


    전국적으로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남도내 장애인 가정을 찾아가 상담하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사례관리 사업’이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는 2011년 창원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고성군을 제외한 도내 17개 시·군에서 ‘장애인 사례관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업에 따라 지자체마다 민간위탁으로 채용된 사례관리사는 장애인 가정을 찾아 상담하고 위기가정 단계를 정리해 복지서비스를 연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례관리사 1명이 담당하는 적정 장애인 수가 설정돼 있지 않아 지자체별로 관리사 업무 편차가 큰 상황이다.


    17개 시·군별 사례관리사는 △창원시 12명 △진주·사천·밀양·양산시, 창녕군 2명 △김해·통영·거제시, 의령·함안·남해·하동·산청·함양·거창·합천군 1명 등 총 33명이다.

    시 단위 지자체만 보면, 관리사 1인당 담당 장애인 수는 창원시가 383.9명(발달장애인 4607명, 관리사 12명)으로 가장 적었다. 반면, 가장 부담이 큰 곳은 김해시로 1명의 관리사가 2633명의 장애인을 담당하고 있다. 거제 또한 1명의 관리사가 1318명의 장애인을 담당하고 있었다. 군 단위 지자체에서는 창녕군이 248.5명(발달장애인 497명, 관리사 2명)으로 가장 적었고, 이외 지자체는 관리사 1명당 300~400명가량의 장애인을 담당하고 있었다. 고성은 사례관리사가 한 명도 없다.


    창원시를 제외하곤 관리사가 1~2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보니 업무 과중에 짧은 근속기간·세밀한 사례 관리 부재 등 문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한 지자체의 사례관리를 맡고 있는 A기관의 경우 관리사의 평균 근속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A기관 관계자는 “사례관리사가 업무에 적응하는데만 3개월이 걸린다. 또 발달장애인 가정들이 관리사를 온전히 믿기까지는 6개월이 걸리는데, 겨우 적응이 되면 그만두니 대상 가정에서 왜 계속 사람이 바뀌냐고 항의를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지자체 B기관은 관리사가 방문과 상담 업무뿐만 아니라 기관의 실무사업에도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관 관계자는 “보조금을 받는 사업이다 보니 실적이라는 것이 필요해 관리사가 실적 사업에 동원되기도 한다”며 “사실 상담사례가 제일 중점이 돼야 하는데 인력이 너무 적어서 오롯이 사례관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전했다. 이외에도 많은 기관에서 사례관리 담당이 아닌 직원도 사례관리 업무에 동원되는 등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서운경 경남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센터장은 “지역의 범위가 넓은 경남의 특성 상 사례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시간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여타 선진국의 경우 1인당 많아도 40명을 맡고 있다. 선진국 정도의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양보해서 1인당 담당 대상이 100~200명 사이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는 사례관리사 인원을 기본 4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윤종술 느티나무 경남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사례관리의 목적은 수면 아래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가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들에게 적절한 상담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관리사의 수가 현저히 적어 대상세대를 두루 살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가구는 보편가정, 위기발생우려가정, 위기가정 3단계로 나눠진다. 윤 회장은 위기가정의 경우 주 2회, 발생우려가정의 경우 주 1회 방문해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 인원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밀양에서도 사망자가 나온 것과 관련해 “사례관리는 이런 극단적인 비극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부모가 오롯이 혼자 짐을 짊어지지 않게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제대로 된 사례관리 시스템이 이뤄졌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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