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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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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73)

- 셈, 속셈, 어림셈, 사람, 사이, 고른 뒤, 날마다 날

  • 기사입력 : 2022-08-03 10: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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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28쪽부터 3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8쪽 둘째 줄에 “다음 셈을 속셈으로 하여라.”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앞서 나온 적이 있어서 생각이 나시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요즘 책에서나 나날살이에서 많이 쓰는 ‘계산(計算)’이 아니라 ‘셈’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암산(暗算)’이라고 하지 않고 ‘속셈’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필산(筆算)’은 ‘붓셈’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도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런 말은 요즘 배움책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말이지만 옛날 배움책에서는 썼기 때문에 뒤를 이어서 만든 배움책에서도 이런 말을 썼더라면 오늘날 우리 모두가 쓰며 살았을 말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토박이말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도 우리 탓이라는 것 때문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30쪽 셋째 줄과 넷째 줄에 걸쳐서 “이와 같이 셈을 쉽게 하는 방법을 ‘편한셈’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편한셈’의 보기들 가운데 하나가 ‘85+96’을 ‘85+100-4’와 같이 해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셈을 쉽게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쉬운셈’이 더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35쪽 첫째 줄부터 둘째 줄에 걸쳐서 “위와 같이 대강의 수(어림수)를 취해서 셈하는 방법을 ‘어림셈’이라고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를 볼 때 어림수를 가지고 어림해서 셈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어림셈’이라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보더라도 위에서 말한 ‘쉽게 하는 셈’은 ‘쉬운셈’이 더 나은 말이라는 생각이 거듭 들었습니다.

    36쪽 여섯째 줄에 ‘단기 4282년’이 나오는 것을 볼 때 이 책을 만들 때는 우리가 단기를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열한 째 줄에 ‘사람’과 ‘넓이’가 나옵니다. 요즘에는 사람을 세는 하나치(단위)로는 ‘명(名)’을 쓰지만 ‘사람’이 가장 알맞은 말이고 넓이를 나타내는 말도 ‘면적(面積)’이라는 말을 쓰지만 ‘넓이’라는 말이 가장 쉽고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7쪽 열째 줄에 ‘사이’라는 말이 나오고 그 다음 줄에 ‘고른 거리’라는 말이 나옵니다. ‘간(間)’이라는 한자말이 아닌 ‘사이’라는 말을 써서 참 좋았고 이어 나온 ‘고른 거리’라는 말도 참 반가웠습니다. 앞서 ‘평균수(平均數)’를 옛날 배움책에서 ‘고른수’라고 했다는 것을 알려드린 적이 있기 때문에 ‘고른 거리’는 ‘평균 거리’를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을 아신 분도 계시지 싶습니다.

    열셋째 줄에 나온 ‘뒤’는 ‘후(後)’가 아니어도 되고, 열넷째 줄에 있는 ‘날마다’는 ‘매일(每日)’이라는 말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아서 참 반가웠습니다. 열다섯째 줄에 있는 ‘몇 날’은 ‘몇 일’이라고 하지 않아도 되고 ‘며칠’이라고 해야 맞지 ‘몇일’이라고 하면 틀린다는 것을 가르치거나 따질 까닭이 없음을 알려 주는 말 같아서 고마웠습니다.

    이처럼 옛날 배움책에서 쓴 말들을 보면 토박이말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도 우리 탓이고 우리 스스로 우리 토박이말을 우리 삶에서 몰아냈다는 것이 슬프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슬퍼하고 있을 게 아니라 요즘 배움책에서 쓰는 말 가운데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어려운 말을 찾아 쉬운 말로 바꾸는 일을 부지런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몇몇 사람의 힘으로는 하기 어려운 일인 만큼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서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를 거듭 말씀드립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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