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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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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76)

- 사람, 그림표, 집, 넓이, 빛깔, 빛

  • 기사입력 : 2022-09-21 08: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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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40쪽부터 4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40쪽 일곱째 줄에 ‘사람’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사람을 세는 하나치(단위)로 쓰는 말인데 요즘 배움책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나날살이에서도 흔히 ‘명(名)’이라는 한자말을 쓰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는 분도 계시지 싶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적이 있기도 하지만 ‘사람’을 셀 때는 ‘사람’을 쓰는 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바람직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열한째 줄에 ‘직사각형 그림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요즘 배움책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처음 보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막대 그래프’라고 하는데 ‘직사각형’을 ‘막대’로 바꾼 것은 아이들이 더 알기 쉬울 뿐만 아니라 그것을 나타내는 말로 더 알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프’라는 말도 ‘그림표’라는 말을 이어서 썼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 줄에 있는 ‘부채꼴 그림표’라는 말도 요즘 배움책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라서 낯설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요즘 배움책에서는 ‘원그래프’라고 합니다. 하지만 원그래프의 뜻을 『두산백과사전』에서 ‘전체 통계량에 대한 부분의 비율을 하나의 원의 내부에 부채꼴로 구분한 그래프로, 원의 중심각에서 반지름으로 분할하여 만들어지는 부채꼴의 넓이로 크기를 나타낸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부채꼴 그림표’라는 말이 더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원그래프’와 비슷한말로 ‘부채꼴그림표’가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말이 더 알맞겠는지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40쪽 열넷째 줄에 나오는 ‘집’이라는 말도 나날살이에서는 잘 쓰는 말이고 옛날 배움책에서는 잘 썼다는 것을 보여 주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곳에서는 ‘가구’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많이 아쉽습니다.

    41쪽 다섯째 줄에 있는 ‘넓이’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말을 쓰는 것이 마땅한데 ‘면적(面積)’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곳을 요즘 배움책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열셋째 줄에 있는 ‘빛깔’이라는 말도 참 반가운 말입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거의 다 ‘색깔(色-)깔’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보기 어려운 말입니다. 그런데 옛날 배움책에서는 이런 말을 쓰고 있습니다. 그 다음 줄에 이어지는 ‘빨강, 파랑, 노랑’이라는 빛깔 이름과 열다섯째 줄에 있는 ‘빛’도 토박이말이라서 반가웠습니다. 이때부터 배움책을 이런 말을 써서 만들어왔다면 요즘 많은 분들이 ‘빛’, ‘빛깔’이라는 말을 쓰면 살고 있을 것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배움책에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나날살이에서 쓰는 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움책에 어떤 말을 쓸지를 고르는 잣대(기준)인 ‘교과서 편수자료’에 배우는 배움이들이 알기 쉬운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갈말(용어)들을 넣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나아가 배움책 살핌잣대(검정기준)에 배움책에 쓰는 말은 배우는 배움이들이 알기 쉬운 말을 써야 한다는 것을 꼭 넣는다면 쉬운 배움책 만들기는 절로 될 거라 믿습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2022개정 국가 교육과정에 토박이말이 들어가고 교과서 편수자료에 토박이말로 된 갈말(용어)들이 들어가서 새로 만드는 배움책(교과서)은 좀 더 쉬운 배움책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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