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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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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을수록 손해”… 통영 바닷장어 업계 잠정 조업중단 선언

  • 기사입력 : 2024-05-09 20: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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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유가 인상으로 경비 늘어나고
    소비 부진 겹쳐 채산성 급속 악화
    재고 쌓여 어선당 15일씩 자율휴업
    “소비 촉진 활동했지만 감당 안돼”


    남해안에서 바닷장어(붕장어)를 잡는 근해통발업계가 쌓여가는 재고를 견디다 못해 잠정 조업 중단을 선언했다.

    통영의 근해통발수협은 지난 1일부터 내달 15일까지 각 어선 당 15일(1항차 조업 기간)의 자율적으로 휴어기를 갖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자율 휴어에는 조합 소속 어선 40척이 동참하기로 했다.

    근해통발수협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인상으로 출어 경비가 늘어난 데다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어업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특히 판로가 막힌 물량이 출어 경비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팔리면서 잡을수록 손해가 쌓이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근해통발수협 소속 장어잡이 어선이 통영 미수항에 정박해 있다./근해통발수협/
    근해통발수협 소속 장어잡이 어선이 통영 미수항에 정박해 있다./근해통발수협/

    인건비와 유류비 등을 따졌을 때 바닷장어의 최저 생산원가는 1㎏당 9000원 수준이지만 현재 시세는 8000원 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몇 해 전 1만1000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27%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근해통발수협이 가격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수매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혔다. 현재 수협이 사들여 쌓아 놓고 있는 냉동장어 재고만 950t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900t 보다 더 늘어난 상황이다.

    근해통발수협과 어민 단체는 각종 행사와 홍보 등으로 자체적인 소비 촉진활동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쌓인 재고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지난 4일에는 근해통발수협과 바다장어자조금위원회가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제1회 통영 바다장어 축제’를 열어 바닷장어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재고물량 해소를 위해 전국 수산물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다양하고 지속적인 소비 촉진 활동을 펼쳐 왔으나 더 이상 늘어나는 재고 물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출어를 해봐야 밑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휴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근해장어통발어업은 통영을 전진기지로 우리나라 남해와 서해에서 국내 바닷장어의 6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1980년대 일본 수출에 힘입어 급격한 성장세를 거듭했지만 2000년대 한·중·일 어업 협정으로 조업구역이 줄면서 현재는 50여척의 어선만이 남아 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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