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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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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이젠 내려놓을 때이다- 이준희(정치여론부장)

  • 기사입력 : 2022-10-10 19: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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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은 TV 뉴스를 보면 화가 난다. 아니 짜증스럽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거 같다. 매일 뉴스의 첫머리는 여야 정치권의 정쟁이 차지한다. 물가와 환율, 전기와 도시가스 인상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여야 한쪽이라도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보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서로 ‘네 탓’공방만 펼치는 정쟁만 있을 뿐이다. 이 모습이 국민들 눈에는 마치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정치인으로만 비쳐진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외교 논란과 비속어 발언, 그리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고,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안보 논란과 태양광, 탈원전 정책 추궁,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성남FC 후원금을 추궁하고 있다. 여기에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과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과 주가 조작 의혹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하다. 더욱이 최근 윤 대통령 내외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참석해 조문록을 왼쪽에 썼다고 국가 망신이라는 목소리와 장례식 참석에 김 여사가 검은 베일 모자를 썼다고 기본도 안된다는 지적에 여야가 서로 비판하고 맞대응하는 꼴을 보면서 ‘이게 이렇게까지 언성을 높이고 싸울 만큼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고래(古來)로부터 당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흔히 조선을 당파싸움으로 얼룩진 시대라고 말한다. 조선 개국 초부터 공신전과 과전 등 토지 분급에서 각종 혜택을 누린 훈구파와 토지 부족 현상으로 과전마저 나눠 받지 못하고 지방에서 세력을 키운 후 중앙으로 진출한 사림파는 부딪힐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사실 당쟁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당쟁은 몇 차례의 피비린내 나는 사화를 거쳐 영조의 탕평책으로 순화되기까지 거의 200년 동안 극성을 부렸는데 이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이른바 예법을 놓고 격렬하게 싸운 ‘예송 논쟁’이다. 지금 이 시대를 보면서 ‘예송 논쟁’이 떠오르는 것이 무슨 이유일까?

    정쟁도 위기 앞에서는 자제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을 때 서민들은 고물가, 고금리에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가는 급락했고,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8.93(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1월 3.6%로 소폭 둔화된 뒤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6월과 7월은 각각 6.0%,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행히 지금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외식 물가 상승률은 9.0%로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처럼 민생과 거리가 먼 정쟁만 부각되다 보니 여야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16개월 만에 30%를 기록했다.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부추기는 여야의 극한 대치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민생의 현실을 외면한 정치는 있을 수 없다. 정쟁 속에서도 민생만큼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치권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우면 국민들이 더 힘들어진다. 지금은 서로를 탓하기보다 모두를 포용하는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준희(정치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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