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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어린이라는 세계- 이지혜(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04-30 19: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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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풋살화 끈을 서툴게 묶던 현우, 어른이 되면 잘하게 된다고 위로하니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라 답한다. “밑에 모래 있으면 떨어져도 안 아파요”라는 하준이는 놀이터에 깔린 모래를 성가셔하는 어른들을 일깨운다. 김소영 작가의 책 ‘어린이라는 세계’ 속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는 우리가 익히 알 듯 1922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든 단어다. ‘나이가 적다’라는 뜻의 ‘어린’과 의존명사 ‘-이’가 결합한 낱말인데, 여기서 ‘-이’는 존중의 뜻이 내포돼 있다. 어린이를 존중받아 마땅한 하나의 인격체로 명명한 방정환 선생은 다음 해인 1923년 5월 1일 ‘어린이 해방선언’을 배포했다.

    ▼해방 100년, 어린이들의 현실은 어떤가.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지표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자살로 사망한 0~17세 어린이는 인구 10만명당 2.7명이다.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6년 전인 2015년 1.4명의 약 2배에 해당한다. 2021년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인구 10만명당 502.2명으로 역대 최대다. 2020년 401.6명보다 100명 이상 급증했다. 해방 100년이 무색해지는 수치다.

    ▼여전히 많은 어른들이 어린이를 어른의 과도기 정도로 여긴다. ‘노키즈존’ 안내문을 내건 카페, 식당은 차별과 혐오에도 당당하고 ‘주린이’(주식 초보), ‘골린이’(골프 초보) 따위의 단어로 아무렇지도 않게 어린이를 비하한다. 스스로 죽기를 원하지 않은 어린이의 죽음에 ‘동반자살’이라는 기사 제목이 붙기도 한다. 김소영 작가는 말한다. 어린이가 어른 반만 하다고 해서 반만큼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는 결국 어른이 되지만 늘 새로운 어린이는 온다. 5월 어린이날, 선물과 행사보다는 어린이가 정말 해방된 존재가 맞는지 온 사회가 점검하는 날이 되길 바란다.

    이지혜(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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