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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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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89)

- 바퀴, 우물물, 자아올리다, 도르래

  • 기사입력 : 2023-05-03 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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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68쪽부터 6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68쪽 첫째 줄에 ‘바퀴를 써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다른 책이나 글에서는 ‘바퀴를 이용해’ 또는 ‘바퀴를 사용해’라고 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옛 배움책에서는 ‘쓰다’는 토박이말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뒤에 이어서 나오는 ‘들어 올리다’도 ‘들어서 위로 올리다’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이라 반가웠습니다.

    셋째 줄부터 여섯째 줄에 걸쳐 있는 “집에서 우물물을 자아올리는 데도 바퀴를 쓰고, 공사를 하는 데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데도 바퀴를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월에서 ‘공사’, ‘물건’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기 나온 ‘우물물’은 요즘 보기 어려운 것이라 쓸 일이 거의 없는 말이지만 그다음에 나온 ‘자아올리다’는 요즘에도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자아올리다’는 ‘잣다’와 ‘올리다’를 더한 말로 ‘잣다’는 ‘낮은 데 있는 물을 빨아올리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땅 밑에 있는 물을 빨아올릴 때 ‘자아올리다’는 말을 쓸 수 있습니다.

    68쪽 아홉째 줄부터 69쪽 첫째 줄에 걸쳐 있는 “우물물을 자아올리는 데 위에 달려 있는 바퀴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를 알아보았다.”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어떤 일을 하는가’도 요즘 책이나 글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또는 ‘어떤 기능을 하는가’라고 하기 쉬웠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둘째 줄에 나오는 ‘길어 올릴’이라는 말은 앞에 나온 ‘자아올리다’와 비슷한 말로 ‘긷다’와 ‘올리다’를 더한 말입니다. 여기서 ‘긷다’는 ‘우물이나 샘에서 두레박이나 바가지로 물을 떠내다’는 뜻이니까 더 알맞은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넷째 줄과 다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바로 들어 올리는’과 ‘바퀴에 걸어서 달아 올리는’은 서로 견주어 보기에 쉽게 풀어서 쓴 말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홉째 줄에 나오는 ‘달아 올리는 힘’도 참 쉬운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열둘째 줄에 있는 “이것으로 어떠한 것을 알겠느냐?”도 모두 토박이말로 된 월이고, 열넷째 줄과 열다섯째 줄에 걸쳐 나온 “10kg의 물통을 도르래를 써서 길어 올리려면 얼마의 힘이 들겠느냐?”도 ‘물통’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열셋째 줄에 나오는 ‘도르래’라는 말은 요즘도 쓰는 말이기 때문에 다들 잘 아시는 말입니다. “이와 같이 바퀴를 쓴 장치를 ‘도르래’라고 한다.”라는 풀이에서 ‘장치’라는 한자말이 들어가긴 했지만 참 쉽게 한 풀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렇게 토박이말을 잘 살리고 쉬운 말을 써서 참 반갑고 좋았지만 셋째 줄에 ‘비교하여 보자’는 말이 있습니다. 앞서 다른 곳에서는 ‘비교하다’가 아닌 ‘견주다’라는 토박이말을 썼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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