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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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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와 ‘규제 강화’ 갈등… 흔들리는 농지법

개정 농지법 둘러싼 논란

  • 기사입력 : 2023-05-17 20: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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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사태’로 지난해 5월 18일 개정된 농지법이 시행돼 꼭 1년을 맞았지만, 도내에서는 지난달 20일 도의회가 ‘농지 소유 규제 완화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농민단체가 즉각 반발에 나서는 등 농지법을 둘러싼 갈등이 일고 있다. 개정 농지법 시행 1년을 짚어본다.

    도내 농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농지 소유 규제 완화 촉구 건의안’ 가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도내 농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농지 소유 규제 완화 촉구 건의안’ 가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규제 강화가 거래량 감소 불렀나

    농식품부 “농지법 영향도 있겠지만

    금리 인상 여파 등 복합 요소 작용”

    ◇논·밭 거래량 감소는 금리 인상 등 복합적 요인= 경남도의회는 건의문에서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농지 소유 규제가 강화돼 지난해 논·밭 거래량이 전년 대비 각각 26.5%·22.2% 감소했고, 이로 인해 농지 가격이 하락해 농민 소득과 농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농지 거래량 감소는 농지법 영향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 여파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법 영향도 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2020년과 2021년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택·농지·임야 할 것 없이 모든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하다가 지난해 들어 금리가 엄청나게 오르면서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라며 “지난해 농지거래량도 평년과 비교하면 10% 정도 감소한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추락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주택이든 농지든 임야든 땅의 용도를 가리지 않고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귀농·귀촌 증가세도 막았나

    개정 농지법 공포 2021년에도 증가

    지난해 통계 발표 전까진 판단 일러

    ◇청년농은 농지 못 구해 ‘안달’= 개정된 농지법으로 귀농·귀촌 증가세 제동이 걸렸다고 주장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하다.

    개정된 농지법이 공포된 2021년에도 여전히 귀농·귀촌인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아 농지법이 귀농·귀촌 증가세를 막았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오히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0세 이하 청년농이 증가세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미만 농업경영주 농가는 전체 농가의 0.7%에 불과하다. 청년들은 농업에 뛰어들고자 해도 농지가격이 비싸다 보니 구입은커녕 임대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농지가격은 전세계에서 대만 다음으로 2위 수준이다”라며 “임차인이나 새로 진입하는 청년농, 귀농인들은 여전히 농지가격이 비싸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이 2020년도 영농정착사업에 선정된 청년창업농 3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들이 창농초기 가장 어려움을 겪는 요인은 경영자금(26.3%)과 농지(22.2%)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기 막으려다 농민들 피해?

    “비정상적 농지 거래 정상화 된 것”

    농업소득·노후보장 대책 마련해야

    ◇농가소득 보장·노후 안정 대책 마련해야=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장병국 도의원은 투기를 막으려는 정책의 방향이 오히려 농민과 농촌을 옥죄고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농업 전문가들은 개정된 농지법을 두고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농민과 농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농업소득 보장과 노후 복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은 “비정상적인 농지거래가 정상화된 상황에서 농지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농지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농민들에 대한 보상 혹은 보답은 농지를 자유롭게 거래하게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농민 소득이나 직불금 등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농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작년에는 기름값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 농업과 관련된 문제가 산적했다”며 “농민들이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은퇴 후에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복지 대책이 필요한지 고민해서 대안을 내놓고 건의안을 제출해야 할 도의회가 어느 한 편에 서서 땅값만 올리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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