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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뭐하꼬] 함양 상림공원 나들이

초록초록 ‘숲멋’…걸음걸음 ‘숨멎’

  • 기사입력 : 2023-06-15 20: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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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치원 선생이 만든 ‘천년의 숲’
    우리나라서 가장 오래된 인공 숲
    천연기념물 제154호… 면적 21만㏊
    활엽수 120여종 2만여 그루 장관
    산책 코스 곳곳 ‘역사·촬영’ 명소


    수필가 이양하는 ‘신록예찬’에서 5월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이양하는 “봄·여름·가을·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중에도 그 혜택이 가장 아름답게 나타나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滿山)에 녹엽(綠葉)이 우거진 이때일 것이다. /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이하 중략)”-신록예찬 중에서-이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혜택을 높이 평가했다.

    초록빛으로 물든 ‘천년의 숲’ 함양 상림. 나무 그늘 아래 선선한 기운이 이른 무더위를 잊게 한다.
    초록빛으로 물든 ‘천년의 숲’ 함양 상림. 나무 그늘 아래 선선한 기운이 이른 무더위를 잊게 한다.

    5월은 지났지만 초여름의 녹음을 만끽하고자 천년의 숲 함양 상림으로 향했다. 상림의 품에 안기니 나무 그늘 아래 선선한 기운이 이른 무더위를 잊게 한다.

    상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신라 진성여왕 시절 천령군(함양군의 옛 명칭)의 태수로 있으면서 하천의 범람과 주민들의 수해를 막기 위해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최치원 선생이 숲을 조성했을 때는 대관림으로 이름을 지었으며 강변에 둑을 쌓고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 백성들의 홍수 피해를 막았다. 큰 홍수로 중간 부분이 유실돼 지금처럼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어졌으며, 하림은 마을이 형성되면서 현재 몇 그루의 나무만 남아있고, 상림만 옛 모습 그대로의 숲을 유지하고 있다.

    상림은 1962년 12월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됐다. 면적은 21만㏊에 이른다. 활엽수 120여 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사시사철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봄에는 새싹이 피기 시작하며,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진 편안한 휴식공간이 된다. 가을에는 단풍과 함께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이 산책길을 환상적으로 연출하며, 겨울 설경은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느티나무와 개어서나무 몸통이 결합된 연리목.
    느티나무와 개어서나무 몸통이 결합된 연리목.

    주차장 옆 으름터널을 지나 상림으로 들어서면 연리목(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몸통이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만난다. 이 연리목은 수종이 다른 느티나무와 개어서나무의 몸통이 결합한 것이다. 이 연리목 앞에는 ‘천년의 숲 상림에서 영원히 함께 할 인연을 맺은 사랑나무입니다. 상임에서의 약속은 천년약속입니다’는 안내 문구가 있다. 연리목 앞에서 기도를 하면 부부의 금실이 좋아지고 연인은 인연을 맺는다는 말이 전해진다. 상림을 걷다 보면 연리목을 두 번 만난다.

    조선시대 함양읍성의 남문으로 지리산이 보여 ‘망악루’로 불린 함화루는 일제강점기 총독부가 철거하려 했으나 1932년 고적보존회 대표 노덕영 선생이 사재를 들여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하며 이름도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함화루는 경남유형문화재 제258호다. 함화루 옆에는 함화루 맨발걷기를 할 수 있도록 조성해 둔 ‘상림 다볕길’이 있다. 이곳에는 신발장과 발을 씻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사운정을 거쳐 물레방아까지 1.2㎞에 이른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사람이 맨발로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운정은 1906년 경남 유림이 최치원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원래 모현정이라 불렀으나 최치원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사운정이라 고쳐 불렀다고 한다. 함양의 시우회원들이 이곳에서 시조창을 즐겨 부른다. 함양 최치원 신도비는 경남 문화재자료 제75호로 최치원 선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23년 최씨 문중에서 세웠다.

    상림공원 북쪽에 있는 물레방아는 ‘물레방아고을 함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780년 사신의 일행으로 청나라에 다녀온 연암 박지원 선생이 열하일기를 통해 물레방아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으며, 1792년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부임해 용추계곡 입구인 안심마을에 국내 최초로 물레방아를 만들면서 실용화됐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다 보면 길 오른쪽 편에 지난 2001년 세워진 역사인물공원이 있다. 함양은 예로부터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린 영남의 대표적인 선비 고장으로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인물이 배출됐다. 최치원 선생을 비롯해 덕곡 조승숙, 점필재 김종직, 일로당 양관, 뇌계 유호인, 일두 정여창, 옥계 노진, 개암 강익, 연암 박지원, 진암 이병헌, 의재 문태서 등 함양의 역사적 인물 11인의 흉상과 함양군을 거쳐 간 역대 관리들의 선정비가 이곳에 있다.

    역사인물공원 주변에 있는 유인밀양박씨지려는 경남 문화재자료 제240호로 아전 임술증의 처 박열을 기려 세운 정려비이다. 박지원 선생이 쓴 열녀함양박씨전의 실제 인물로 1797년(정조 21)에 세웠다.

    이은리 석불.
    이은리 석불.

    지압보도 주변에 있는 이은리 석불은 경남 유형문화재 제32호로 1950년께 함양읍 이은리 냇가에서 출토된 것을 옮겨뒀다. 불상 인근 300m 지점에 망가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이 절의 유물로 보이며, 조각기법상 고려시대의 불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해 뒀다.

    경남 문화재자료 제264호인 함양 척화비는 시간 관계상 찾아보지 못했다.

    상림 속의 문화재인 함화루, 이은리석불, 최치원신도비, 유인밀양박씨지려, 함양척화비는 상림 속의 문화재이며, 사랑나무, 연꽃단지, 물레방아, 꽃무릇(가을), 산삼주제관 옥상은 촬영명소라고 한다.

    최치원 역사공원.
    최치원 역사공원.

    시간이 많다면 상림 속 문화재와 촬영명소를 찾아보는 걸 추천하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몇 군데만 둘러봐도 된다. 취재에 앞서 세 번 지인과 상림을 다녀갔지만, 문화재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계절이 여름이었음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여름의 상림’은 그만큼 인상적이었나 보다.

    함양군에서 제작한 팸플릿에는 2~3시간 소요되는 3가지 산책 코스를 추천한다. 주차장 한쪽에 있는 상림관광안내소를 출발해 사랑나무→연꽃단지→(길 건너편의)산삼주제관 →물레방아→역사인물공원→최치원신도비→함화루→함양척화비 등을 거치는 코스가 있고, 상림관광안내소→함화루→이은리석불→최치원신도비→역사인물공원→물레방아→산삼주제관→연꽃단지→사랑나무 등을 돌아보는 코스도 있다. 또 함양박물관→최치원역사공원→산삼주제관→최치원신도비→물레방아→역사인물공원→이은리석불→함화루 등을 살펴보는 코스도 있다.

    함양 8경에는 상림사계를 비롯해 금대지리(함양군 마천면 가흥리 산1-1), 용추비경(안의면 상원리), 화림풍류(서하면 봉전리 877 등), 칠선시류(마천면 추성리), 서암석불(마천면 가흥리 산1-1), 덕유운해(서상면 상남리), 대봉철쭉(병곡면 광평리)이 꼽힌다.

    한편 상림공원 일원에서는 오는 9월 7~12일 제18회 함양산삼축제도 열린다. 주소는 함양군 함양읍 교산리 1073-1.

    ◇주변 가볼만한 곳

    △최치원 역사공원= 최치원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역사공원이다. 선생의 생애를 조명한 역사관, 상림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 상림관, 영정을 모셔둔 고운기념관 등이 있다. 상림공원 주차장 건너편에 있다.

    △개평 한옥마을= 개평마을은 두 개울이 하나로 모이는 곳에 마을이 형성돼 유래된 지명으로 100년 넘은 오랜 역사를 지닌 한옥 60여 채가 보존되어 있다. 일두고택(중요민속문화재 제186호), 풍천노씨 대종가(경남 문화재자료 제343호), 하동정씨 고가(경남 문화재자료 제361호), 오담고택(경남 유형문화재 제407호), 노참판댁 고가(경남 문화재자료 제360호) 등이 있다. 주소 : 함양군 지곡면 개평길 59.

    △남계서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설립됐다. 1552년(명종 7) 일두 정여창 선생을 기리기 위해 개암 강익이 주도해 유림과 함께 세웠다. 1566년(명종 21) 사액서원이 됐다.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 때 불에 탔지만 1603년에 복원, 1612년 중건됐다.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남계서원을 비롯해 9개 서원이 등재됐다. 주소 : 함양군 수동면 남계서원길 8-11.

    글·사진= 권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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