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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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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등록 영아 문제와 독버섯같은 인명경시 풍조

  • 기사입력 : 2023-07-13 19: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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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신고 영유아 문제가 인명경시 풍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최근 부모에 의해 살해된 충격적인 영유아 사망사건이 터져나오고 있어 이와 유사한 환경에 놓인 영유아 실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남의 미신고 영유아는 12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2226명 중 서울, 경기, 인천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다. 이들은 병원에서 태어났는데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영유아이다. 지자체에서 이들의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창원에만 15명의 아동이 소재 파악이 안돼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했다. 이런 상태면 인명 경시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하루속히 수사가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각 지자체에서도 미신고 영유아에 대한 수사 의뢰나 실태 파악에 충실히 나설 것을 주문하고 싶다. 창원의 실태에서 보듯 베이비박스에 두고 왔다거나 고아원에 입양 서류 없이 입양했다고 주장하는 부모 등은 아동보호법 위반 등을 물어 철저히 죄의 여부를 가려야 한다. 여기에 미신고 외국인 아동은 출생신고 의무가 없어 인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것도 보건복지부에서 사회복지 전산번호 부여 아동과 임시 신생아 번호가 부여된 외국인 아동에 한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생명 경시 풍조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창원에서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생후 76일 된 딸을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가 사선 변호사를 선임했다 하니 창원지방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인명 경시라는 독버섯이 자라는 느낌이다. 음란, 폭력, 도촬(도둑촬영), 학대, 살해 등 온갖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어도 한 시대의 풍물처럼 범죄 척결의 분노가 쪼그라든 모습이다. 경제난이 심화된다면 사회는 더 흉흉하게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학대를 많이 당하는 아동부터 잘 챙겨야 한다. 그나마 의료기관이 신생아의 출생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는 ‘출생통보제’가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유령 아동은 없어지게 돼 천만 다행스럽다. 앞으로 생명 경시는 어떤 연유라도 용서와 선처가 있으면 안 된다. 그럴 경우 우리 사회는 생명을 경시하는 독버섯 세상으로 오염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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