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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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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조작된 도시-변호사의 미래(1)- 이상목(변호사)

  • 기사입력 : 2023-07-17 20: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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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두의 제목에서 조작된 도시란 영화를 보신 분들은 ‘어이 이 변호사, 선을 넘는거 아니요’ 이러실 듯하고, 안 보신 분들은 ‘미래? 새로운 먹거리인가’ 하실 듯하다. 그러면 이미 보신 분들에게는 내용의 상기를 위한, 안 보신 분들에게는 내용 설명을 위한 스포일러를 시작한다. 혹시나 영화를 보실 분들은 관람후 칼럼을 다시 열람하시길 권해드린다.

    데뷔 초기보다 더욱 빛나는 꽃미모를 발산하는 지창욱이 체포된다. 살인 혐의이고 증거는 현장에 4월 진해의 벚꽃잎처럼 흐드러지게 널려있고 자극적인 사건이라 언론마저 십자포화를 가한다. 무죄추정, 3심 필요도 없이 인터넷에서 유죄 확정, 사형을 선고하지 않냐며 연일 여론은 들끓고 법원에서는 예상된 결과대로 선고가 난다.

    너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쉽게? 흘러간다고, 여기서 우리의 멋진 변호사가 등장한다. 동백꽃, 스토브리그의 오정세, 수상 소감마저 인간적인 그가 우리의 소시민스러운 국선 변호사로.

    조작하다[동사] 1.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들다. 2.진짜를 본떠서 가짜를 만들다. 영화 속의 진실은 이러하다. 살인 범죄의 진범이 자신의 죄를 회피하기 위해서 변호가 아닌 증거 조작, 사건 조작을 오정세에게 의뢰를 하고, 그러면 우리의 법비 오정세는 지창욱 같은 아무 관련이 없으나 진범으로 보이는 부진정 범죄자를 만들어낸다. 양형기준표에 따른 가중요소, 감경요소를 잘 아는 우리의 변호사는 입맛에 맞는 범죄자를 선별하고 거부, 부인, 탄핵할 수 없는 물증을 설계한다. 덤으로 언론 플레이를 통해서 대중들의 말초적인 관심과 피해자에 대한 연민을 창궐한다.

    하지만 법원은 여론재판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언론과 여론이 들끓어도 법원은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 독립되어 있고, 헌법도 이를 정의하고 보호하고 있으며, 국회가 예산을 볼모로 잡고 법봉을 흔들려고 해도 굳건하다.

    하지만 변호사가 증거 앞에 겸손하듯이 법원 또한 증거 앞에 살얼음처럼 투명하고 날카롭다. 형사재판에 능숙하고 법원의 시스템을 잘 아는 오정세가 조작된 증거로 법원의 판결을 본인의 시나리오대로 이끌어 낸다.(2편에 계속)

    이상목(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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