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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낙동강 오염의 역사- 전준호(창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7-20 19: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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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문명의 중심엔 하천이 있었다. 인구의 집중과 문명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오염물을 발생시킨다. 인간 및 가축의 분뇨, 농업 부산물 및 음식 찌꺼기 등이 그 당시 오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반만년의 시간이 흘러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하천 오염에 대한 자료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조선후기 서울의 개천 및 하천에 오물이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걱정이 조선왕조실록에 잠깐 등장하는 정도이다.

    그 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대한민국 정부가 환경보호 및 관리 기능을 수행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1970년대 구미와 대구는 산업화의 중심에 있었으며, 그 지역 산업폐수의 방류는 낙동강 수질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질은 점점 악화돼 갔다. 우리나라 하천의 수질오염지표가 측정·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이다. 그 당시 수질오염도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으로 정량화됐다. 1987년 환경청 자료에 따르면 경북 고령 인근 낙동강의 BOD는 갈수기인 겨울철 15.4 ㎎/L를 기록했다. 현재 해당지점의 BOD 최대값이 5㎎/L 정도임을 고려하면 당시의 오염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던 중 1991년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든 낙동강 페놀사태가 발생한다. 두 차례에 걸친 유출사고는 관리감독 부재 등의 문제를 드러내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페놀 유출사고는 대한민국 오염의 역사에서 특정 화학물질의 유출이 직접적으로 확인된 최초의 사례였다. 이제 물속에 존재하는 개별 화학물질이 분석되고 추적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1,4-다이옥산이다. 해당 물질은 2000년대 들어 수차례에 걸쳐 검출됐고, 2008년 특정수질유해물질로 지정된다. 그다음은 2018년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의 검출이다.

    이쯤 되면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낙동강 물속에는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이 존재할까? 통상적으로 수 천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수계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중 낮은 농도로 존재하지만 수생태계 및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을 미량오염물질이라 일컫는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의약품, 산업·농업화학물질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국내에서 인지되고 있는 미량오염물질은 100여 종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여기에 신종 화학물질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낙동강 수계의 오염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질 것이다. 이들 모두가 심각한 환경·인체 유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량오염물질 중 일부는 잠재적 위협요소라는 사실은 우리를 긴장시킨다. 식수의 상당 부분을 낙동강 물에 의존하고 있는 영남지역민들이 미량오염물질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과 세심한 관리대책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전준호(창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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