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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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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조작된 도시-변호사의 미래(2)- 이상목(변호사)

  • 기사입력 : 2023-07-24 19: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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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를 하다 보면 판결에 수긍이 안가는 경우가 많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유죄가 선고된다. 검찰의 수사와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을 판단하고 확정한 법원의 판결을 마냥 원망하고 답답함을 합성 액체로 녹이다가, 적셔진 정신을 다잡고 그 증거가 진실이 아니었나 반추하고 곱씹어 본다. 오롯이 책임은 변호사에게 있다며 반성을 하며 새로운 사건을 마주한다.

    바쁜 일정 때문에 중고거래 장터를 통해 팔기로 한 드론을 대신 거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거래를 하고 나니 횡령한 물품인 사건이 있었다. 변호인은 철석같이 피고인이 제출한 문자 내용들을 바탕으로 단순 전달자로 판단했으나, 알고 보니 이미 횡령 물품을 전달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카톡 내용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전달자로 보이기 위해 조작된 것이었다. 전과가 없는 초범인 경우 실형이 나오지 않는 것을 이용해서 해외에서 국내에 판매하지 않는 명품을, 지인을 통해 배송받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 이때 하얀 가루가 함께 왔고, 전혀 몰랐다며 주고받은 문자를 변호인에게 제출했으나 이 또한 이미 계획된 일이었다.

    이처럼 본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조작해서 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탄원서를 통해 양형에 유리한 자료를 준비하듯이 무죄를 만들기 위해 증거를 만들어 오고 증거 앞에 겸손한 변호사는 너무나도 억울한 피고인을 위해 최선의 변론을 한다. 하지만 법률전문가가 아닌 이상 증거를 만들고 분칠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에 이 영화는 변호사가 직접 증거를 한땀 한땀 만들어서 범인을 조각한다.

    변호사의 미래가 이렇지 않을 것이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은 말하면 입 아프다. 피고인을 육탄방어하며 장판교의 장비처럼 의뢰인을 지켜야 하나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내가 보호자가 되어야 할 의뢰인이기에 이를 의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순진한 눈망울을 하는 자식에게 ‘네가 잘못했어’ 꾸짖는 엄부엄모, 읍참마속 할 수밖에 없는 그 심정을 가지고 조작하고 싶은 도시를 헤쳐 나가야 한다.

    이상목(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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