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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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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기업의 지속적인 문화예술 후원- 정인숙(경남오페라단 총감독)

  • 기사입력 : 2023-07-26 19: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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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해째 이어지고 있는 트로트 열풍은 팔순 노모의 일상에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TV 리모컨만 돌리면 반복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프로그램이 질리지도 않으신 모양이다. 방송에서 인기를 끈 트로트 가수는 각종 행사 섭외 1순위가 되었고 출연료도 엄청나게 올랐다. 한 음악회 준비 과정에서 트로트 가수 한 명의 출연료가 음악회 전체 예산보다 더 많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했다. 트로트 못지않게 클래식을 즐기는 이들도 많지만, 오페라는 여전히 대중적이지 않다. TV는 물론 다양한 매체에서 쉽게 노출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인기가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다양한 예술 활성화를 위해 문화예술지원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오페라가 75년간 그 면모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특히 메세나 활동에 나선 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

    ‘메세나(Mecenat)’란 기업이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통칭하는 용어로 1994년 한국메세나협회 발족 이후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07년 지역에서 처음으로 경남메세나협회가 설립돼 경남의 많은 예술단체가 지원받고 있으며, 2022년 기준 199개 팀 결연으로 한국 메세나 협회보다 더 많은 매칭을 이뤄냈다. 경남오페라단 역시 2003년을 시작으로 BNK경남은행과 결연해 20년간 함께하고 있다.

    오페라를 가공품으로 본다면 백 퍼센트 수제품이다. 첨가물이 없다 보니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400년 전 방식 그대로 재현하다 보니 생산성도 떨어진다. 그러나 예술은 가성비로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기업의 지원은 예술단체가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최고의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결과를 낳는다. 완성도 높은 공연은 지역민들에게 만족할 만한 예술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문화 예술의 위상도 더 높아지게 된다. 지역 민간오페라단이 30년 넘는 세월 동안 지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20년 동안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고품격 지역문화를 함께 이뤄간다는 경영 마인드를 가진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인숙(경남오페라단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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