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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묻힌 이름, 창원 삼진의거 부상자- 변재괴(광복회 대구지부 사무국장석당 변상태 지사 후손)

  • 기사입력 : 2023-07-31 20: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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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4년 전에 일어났던 창원 ‘삼진의거’는 석당 변상태 지사의 주동으로 진전면, 진동면, 진북면 3개 지역의 주민 7000여 명이 연합한 조직적 만세 시위운동이었다. 진압에 나선 일본군이 무차별 총칼을 휘둘러 진동 사동교에서 여덟 분이 총상과 장검에 의해 순국하였으며 스물두 분이 중상을 입었다. 경상자까지 포함한다면 부상자 수는 훨씬 많았을 것이다. 경상자들 대부분은 자가 치료를 하였고, 중상자들은 일본 측이 지정한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거부하고 마산의 삼성병원과 진주의 배돈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삼성병원은 당시에 마산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던 유일한 병원이었는데 삼진의거에서 부상당한 이들을 무료로 진료해 주었으며, 진주의 배돈병원은 1913년에 호주 선교회가 설립한 병원으로 근대식 의료기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진주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경의 집요한 검문검색이 이루어지던 분위기 속에서도 이들 부상자를 위한 치료비 모금 운동이 삼진 전 지역에서 일어났다. 진전면장 권오봉이 모금 운동에 앞장섰는데 그는 진북, 진동면장과 함께 모금을 위해 “이번의 부상자들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므로 이들의 치료비는 우리들이 갹출해야 한다”라는 요지의 통지문을 해당 지역에 발송하였다. 그 결과 진동면에서는 233원, 진북면에서는 94원이 모금되었다. 진전면에서도 모금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이상은 창원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 역사로 평가받고 있는 ‘삼진의거’의 전말과 부상자들에 대한 간추린 이야기이다.

    당시 주동했던 독립운동가 및 순국하신 팔의사(八義士)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그 공훈을 인정하여 서훈을 하였고, 팔의사 묘는 2022년 3월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기념식 및 재현행사는 매년 개최하여 역사적 중요성과 독립운동가의 헌신을 잊지 않고 추모하고 있다.

    그러나 삼진의거 때 맨몸으로 일경과 맞서 중상을 당한 스물두 분 지사들의 공훈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은 오로지 팔의사묘 근처 조그만 명각비에 이름만 남아 있을 뿐 역사 속에 묻혀버린 것이 아닐까? 우리가 자랑으로 여기는 삼진의거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스물두 분의 부상자는 오늘날까지도 무관심 속에서 아무런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지자체마다 독립운동가 신규 발굴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 전남도는 3·1만세운동 독립운동가 80분을, 부여군에서는 23명, 경상북도에서는 72명을 발굴, 독립운동가 포상 신청하였다.

    우리도 관계기관에서 서훈신청 등 노력이 필요하다. 기억해야 할 분들을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광복절을 앞둔 지금 팔의사 묘역 한편에 있는 명각비를 한번 돌아보자.

    이 조그만 기념비에는 삼진의거 스물두 분의 부상자 명단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변 현, 박종숙, 고재록, 고운석, 황성봉, 김동이, 변상준, 김대업, 권태문, 권영달, 이몽재, 권영민, 박금용, 조용옥, 문재수, 변용섭, 손삼룡, 구말서, 홍성오, 박용한, 김봉조, 변정섭 등이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맨몸으로 일경의 총칼에 맞섰던 거룩한 선열들을 기억하고, 정부로부터 합당한 평가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변재괴(광복회 대구지부 사무국장석당 변상태 지사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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