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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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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나-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3-08-01 19: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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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로부터 선생님은 모든 사람의 신뢰를 받고 특히 학생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런데 요즘 선생님들의 권위가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하한가에 맴돌고 있다. 얼마 전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 교직 경력 2년밖에 안 되는 젊고 유능한 선생님이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경위에 대해서 아직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교내에서 사건이 일어났기에 선생님의 죽음을 애도해 추모하는 조화조차 교내에 비치 못 하게 하는 냉정함을 보고 일선 학교 선생님들이 불만을 전국적으로 토로하는 분위기이다. 이 불만은 지금까지 쌓인 선생님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과 인격 멸시에 대한 복합적인 원인인 것 같다.

    요즘 교직 사회에서는 선생님들의 권위와 인권은 땅에 떨어져 사기가 저하되어 있는데 이번에 선생님의 극단적인 사건이 벌어지자 뒤늦게 교원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사후약방문식으로 정계나 교육계에서 학생 인권 조례를 손본다고 야단법석을 치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은 코웃음 지으며 과연 그 효과에 대하여 의아심을 갖고 있다.

    사건의 발단을 학생 인권에다 결부시키는 것은 너무 옹졸하고 어른스럽지 못한 생각이다. 학생들이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학생 인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잘못은 조례를 만든 교육계 원로나 교육감, 교직 및 사회단체 모두의 책임이다.

    미성숙한 학생들이 학부모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고 배워, 학부모가 선생님을 폭행하고 여선생님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더니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 본받아 자기 선생님을 집단폭행을 하고 자기 선생님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말세가 되었다. 그보다 더한 것은 수업 시간에 수업 분위기를 흩트리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화난 얼굴로 눈을 부릅떴다고 선생님을 정서적 폭행으로 고발하는 사건이 있는가 하면, 익히 알려진 사건이지만 중고등학교에서도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것을 깨우면 개인의 자유와 정서적 폭행을 한다고 선생님 멱살을 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선생님들의 확실한 인권 확보와 학부모와 제자들의 올바른 인권 인식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어떤 사건이든 처음에는 황소라도 잡을 듯이 큰소리 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교직 3단체도 나와서 청사진은 말만 번듯하게 약속을 하고 정치가 및 교육감들도 선생님들을 꽃방석에 앉히겠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위축된 교육의 자리가 얼마나 다르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차제에 장관과 교육감님들은 선생님들이 즐겁고 신바람 나게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위상을 더 높이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 줄 것과 함께 이젠 실속 없는 껍데기 교육은 지양해 주길 바란다.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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