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30일 (화)
전체메뉴

[촉석루] 위선자와 철면피-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23-08-02 19:29:31
  •   

  •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한다. 주의력이 부족했건, 잠깐 일어나는 탐욕을 억제하지 못하였건 사람은 불가피하게 잘못을 저지른다. 긴 세월을 사는 사람이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정정당당하게만 사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데, 수습하는 방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형사 법정을 본다. 잘못을 저지른 후 ‘깊이 뉘우치고, 뼈저리게 반성’하는 사람이 있고, ‘전반적으로는 잘못을 인정하나, 나름대로 할 말은 있다’는 사람도 있다.

    때로는 ‘누명을 써서 몹시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형사 재판에서는 ‘개전(改悛)의 정(情)’을 감안하여 뉘우치는 사람에게 형을 깎아 줄 수 있다. 유죄가 맞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건 관용의 실마리가 된다.

    고위 공직자나 교수, 정치인 등 비교적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여태까지 쌓아온 명예가 일순간 허물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뇌물을 받고, 성추행을 하고, 직권을 남용하고, 문서를 위조하는 용기도 대단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건 더 큰 용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자기를 지키는 건 사람의 본능이라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정치 탄압을 받아 상대의 모략에 말려 사냥감이 되었고, 정권의 주구(走狗)인 수사기관은 증거를 조작했고, 편향성을 가진 사법부도 한통속이라면서 ‘나는 무조건 억울하다’는 사람들을 매일 볼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억울한지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남들도 다 하는 관행이었다. 나는 일이 바빠서 몰랐다’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너희들은 깨끗하냐고 반문하는 것이 전부. 상식이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진실은 파란색도 빨간색도 아님’을 안다. 자기를 방어하는 건 사람의 본능이니 용납하겠다. 하지만 위선을 떨면서 떳떳하다고 태연스레 말하는 두꺼운 얼굴은 보기 힘들다. 가상현실에 사는 건 그들의 자유이지만, 매일매일 눈과 귀가 너무 어지러워 괴롭다. 억울하다는 그 말을 듣는 나도 억울하기 때문이다.

    김상군(변호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