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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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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담배꽁초- 강신형(시인)

  • 기사입력 : 2023-08-07 19: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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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들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수거해 오는 주민들에게 무게에 따라 쓰레기종량제 봉투나 현금을 지급하는 수거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버려진 담배꽁초가 쉽게 눈에 띄고, 또 다 피운 꽁초를 생각도 없이 아무렇게나 버리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애연가의 한 사람인 필자도 그런 모습들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찔리면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몇 년 전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온 필자는 매일 새벽 기상과 함께 아침 담배 한 대의 여유로움을 갖고 깨끗하게 잘 단장된 아파트 환경을 누리면서 산책을 하는 호사를 누렸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가만 보니 밤새 아파트 단지 내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후 몇 달간 산책과 병행해 담배꽁초를 줍는 일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주변의 입주민들에게 개인 재떨이(담뱃갑 등)를 마련해 피우면 어떻겠느냐 하고 권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개성 강한 젊은 세대가 많이 입주해 있는 아파트 단지라 그런지 아니면 어쭙잖은 사람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버려서 그런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담배꽁초가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단지 내에 흡연구역이 만들어져도 결코 일어나질 않았다. 그때 잠시 담배꽁초 수거보상제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기호식품인 담배를 피우고 버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는 거리의 미관과 청결 상태를 해치는 것은 물론, 하수구나 빗물받이 등을 막아 여름장마 시 역류로 인한 침수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바다에 유입되고 해양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두고 과학적인 검증에 몰두하기보다는 국민 안전을 볼모로 삼은 정파적 논쟁으로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상호간의 눈에 박힌 가시를 탓하기 이전에 내 눈에 든 들보를 먼저 생각하고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를 실행하고 있는 이러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작은 행보가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왜일까?

    강신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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