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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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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이상한 공무원-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23-08-09 19: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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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면서 풍요롭게 사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에는 좀 덜해졌으나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그 방증이다. 사기업이나 자영업에서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면, 정년까지의 고용보장과 연금을 위하여 격무와 박봉을 참아야 하는 공무원을 지망하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은 신분보장이 되지만, 징계에 회부되는 이들을 보면 의외로 몹시 가련하다. 공무원도 사람이라 일반인과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는데, 훨씬 엄격한 잣대로 직장생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견책, 감봉 등 경징계도 있지만, 강등될 수도 있고, 일반 직장에서라면 쉽지 않은 해고, 즉 해임이나 파면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 불리는 선출직의 판단 실패를 그 임기가 끝난 후 ‘늘공(늘 공무원)’이 ‘보좌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다. ‘왜 말리지 못했냐?’는 잘못. 시간당 만 원 정도 되는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하게 받으려다가 징계에 회부되는 공무원도 아직은 있다. 박봉은 박봉이고, 잘못은 잘못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경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 국민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어떤 공무원들은 자기들끼리 의논해서 합법적으로 아예 그 절차를 생략해 버릴 수 있다. 엄연한 근무 시간 사이사이에 휴대전화로 가상화폐 투자를 하여도 끄떡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그 징계마저도 자기들끼리 결정할 수 있다. 죄를 지었다고 의심받아 재판받으면서도 어떤 국민도 할 수 없는 지연책을 써서 무사히 임기를 다 마칠 수 있다. 다만, 소속된 정당에 떠밀려 탈당하면서 짐짓 큰 불이익을 감수하는 양 분루(憤淚)를 삼키는 시선 처리는 덤으로 하고.

    그들은 ‘선출직의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허울을 두르고 대한민국의 근간을 거듭 해치고 있다. ‘비선출 권력이 선출 권력을 견제할 수 없다.’는 선동은 파시즘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믿는 것이어서 누구든지 방종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고안되어 있다. 그 시스템을 함부로 허물지 말아달라. 선거로 당선되어도 공무원은 공무원일 뿐 귀족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상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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