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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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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나만? 닥터 김사부”- 이영일(경남도 정책특별보좌관)

  • 기사입력 : 2023-08-10 19: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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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나 의사 될 거야” 시청률 27%의 의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푹 빠졌던 아이들의 꿈은 한동안 의사였다. 병원놀이에 진심인 녀석들을 지켜보면 그럴싸하게 김사부 행세를 하는 아이에게서 자애로움까지 느껴진다. 이처럼 드라마가 그려낸 김사부의 ‘낭만’은 이상과 감상이라기보다 의사의 보편적인 사명 그 자체로 다뤄졌다. 소싯적 잔병치레로 병원 신세깨나 졌던 필자의 기억 속 의사도 낭만닥터 김사부와 결이 비슷하다.

    그런데 낭만은 낭만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최근 TV 밖의 김사부가 보이는 모습에 배신감까지 든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시대의 흐름을 막아서는 김사부의 태도에 낭만은 둘째 치고 지성조차 오간 데 없다.

    예컨대, OECD 국가 대비 한국의 의사 수가 부족한 현실에 대해 김사부는 “지금은 그렇지만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방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는 “수도권에서 은퇴한 이른바 시니어 김사부를 활용하면 된다”라고 한다. 산청군에 내과 의사 한 명 채용하는데 연봉 3억 6000만원을 내걸고도 다섯 차례의 공고를 거듭해야 했다. 지방에 오겠다는 시니어 김사부가 있긴 한 건가. OECD 국가 중 한국의 의사 소득이 가장 높게 나타난 현실에는 “구매력 평가 기준 GDP(PPP)로 하면 세계 1위 수준이지만 달러로 환산한 명목 GDP로 하면 OECD 국가 중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라는 식으로 반박한다. 월급쟁이 김사부 연봉은 1억 9000만원쯤 되고 병원장 김사부는 3억원쯤 된다는데 많고 적음의 판단은 독자에 맡긴다.

    혹시 의사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환자와 수술실 밖의 대중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참다 못한 필자의 단골집 사장님도 ‘존경받는 의사 선생들이 밥그릇만 생각하면 볼썽사납지’, ‘그럼 나도 좀 먹고살게 치킨집도 동네별로 제한해 줘’라고 뼈 있는 말씀을 하신다.

    목소리가 큰 일부 의사들의 주장이겠지만 이쯤 되니 ‘낭만닥터 김사부’는 오간 데 없고 나만 의사하겠다는 ‘나만? 닥터 김사부’만 남았다.

    이영일(경남도 정책특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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