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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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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잘 가, 키스카- 황남선

  • 기사입력 : 2023-11-02 0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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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러스 때문에

    방에서 보낸 7일


    아픈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마구 쏘다니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범고래 키스카는

    44년을 갇혀 살았대

    수족관 유리벽에 쿵쿵 머리를 찧었대


    고래 쇼 보면서 사람들이 친 박수 소리

    가시처럼 박혔겠다

    무지무지 아팠겠다


    잘 가, 키스카

    이제라도 하늘을 한껏 누벼 봐

    너의 바다 끝까지 헤엄쳐 가 봐


    ☞ 3살 때 잡혀 와 캐나다 해양공원에서 지내던 범고래 키스카는 2023년 3월 9일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범고래 키스카는 1979년에 포획된 후 수천 번의 고래 쇼에 내몰렸다.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지만 모두 죽었고, 친구들도 숨을 거두거나 다른 시설로 옮겨졌다. 2011년부터 홀로 남은 키스카는 작은 수족관을 빙빙 돌거나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자해행위를 하다 올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초기에는 땅에 사는 포유류였다가 물속으로 가 완전히 적응한 것이 고래이다. 유구한 진화의 역사를 가진 고래에 비하면 인간의 역사는 짧다. 세상의 주인이라 자처하는 인류도 생명의 다양성과 자연의 순리를 존중하지 않으면 멸종하지 말란 법이 없다. 겸허하게 고래를 바라보자. 수족관에 갇힌 고래가 바다로 돌아가 자유롭게 사는 지구이어야 인간도 다른 종들과 함께 자연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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