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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귀여움이 ‘대롱대롱’… 아재템 ‘키링’ 패션 아이템으로 부활

  • 기사입력 : 2023-11-02 20: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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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키링’에 돈과 시간을 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학생, 키덜트족까지 인기 캐릭터나 브랜드 키링에 열광하며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데 지갑 열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아저씨들이 허리에 ‘짤랑’거리며 열쇠를 걸어두던 키링이 촌스럽거나 유치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패셔니스타 아이템으로 부활했다.


    최근 유명 연예인·셀럽들이 가방에 달고 나오면서 화제
    1030세대 “적은 돈 들여 가방·옷·헤드셋 등에 나만의 개성 표현”
    인기 상품 구매 위해 브랜드 팝업 스토어 오픈런·발품 팔기도


    ◇주렁주렁 ‘키링’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혜인이 한 방송에서 뉴진스 활동 이후 받은 첫 정산금으로 키링 9만원어치를 구매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40주년을 맞은 적십자 바자회 참석 때 ‘힙 코리아’(Hip Korea)라는 문구가 적힌 키링이 달린 손가방을 들어 기삿거리가 되기도 했다.

    키링 관련 상품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매출 또한 상승하고 있다. 패션플랫폼 ‘무신사’에서 키링으로 검색하면 2743개의 상품이 뜬다. 후기가 1000개가 넘는 상품들도 눈에 띈다.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에선 ‘2% 부족했던 아웃핏을 트렌디하게 탈바꿈시키는 액세서리는 바로 키링! 벨트 고리에 달아주면 완성’, ‘시크한 옷에 귀여운 캐릭터 키링을 매치해 반전 매력을 뽐낼 수 있음’ 등의 후기가 달렸다.

    마뗑킴 키링
    마뗑킴 키링
    젤리캣 키링
    젤리캣 키링
    모남희 브라운 키링
    모남희 브라운 키링

    키링(key ring)은 열쇠를 끼워 보관하는 데 쓰는 고리를 뜻한다. 최근 MZ세대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키링은 열쇠가 아닌 가방, 옷, 헤드셋 등에 달고 다니는 작은 인형이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크기와 외형의 키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개성을 나타내기 안성맞춤인 데다 유명 연예인과 셀럽들이 키링을 달고 나오면서 패션으로도 유용한 아이템이 됐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키링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해당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로 ‘오픈런’을 하거나 SNS로 공유되는 재입고 일정을 확인 후 시간에 맞춰 ‘광클’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한다. 구매에 실패할 경우 웃돈을 주고 중고 거래나 리셀(Re-sell) 사이트를 찾기도 한다.

    20대 직장인 이혜진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유명 패션 스토어에서 ‘모남희’ 키링을 검색한다. 혜진씨는 “찾는 모델은 인기가 많아 재고가 풀리자마자 품절되기 일쑤다. 한 달째 사이트를 기웃거리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캐릭터나 인형 키링의 인기가 높다. 키링의 원래 목적인 열쇠를 끼워 보관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가방을 꾸미는 아이템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불황형 소비’와 레트로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새 가방을 사는 대신 캐릭터 인형 키링을 가방에 매치해 포인트를 주면 기존 가방을 색다르게 스타일링 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진스, 블랙핑크 등 인기 연예인들이 다양한 캐릭터 디자인의 인형 키링의 스타일링을 보고 따라 하는 젊은 층이 늘어났다.

    혜진씨는 “불필요한 물건이라거나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몇만원으로 전혀 다른 느낌의 가방으로 바꿀 수 있으니 가성비 있는 소비라고 생각한다. 귀걸이나 목걸이 등과 같은 액세서리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인형 키링 외에도 핸드폰 스트랩과 케이스, 하우치 등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용품들을 구매하며 기분을 전환하는 소비 형태도 많아졌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최근 가방이나 이어폰, 핸드폰 등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키링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며 “레트로 트렌드에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맞물리면서 적은 돈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일종의 ‘불황형 소비’ 형태가 인형 키링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레트로 열풍·고물가 맞물려 ‘불황형 소비’ 형태 나타나”
    편의점·유명 브랜드 등 키링 브랜드와 ‘컬래버 마케팅’ 봇물
    키링 만들기 세트 판매·랜덤 언박싱 영상 등 콘텐츠도 다양화


    ◇유통업계-키링 브랜드 ‘컬래버 마케팅’ 봇물= 유통가에서도 ‘키링’을 발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가치 소비와 경험을 중시하는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를 겨냥하기 위해서다.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대 초반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를 합친 신조어다. 귀여운 아이템에 목매는 잘파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키링과 손잡은 브랜드와 유통 대기업들이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키링이 인기를 끌자 다양한 브랜드들이 자사 제품과 어울리는 키링을 협업해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리바이스 한정판 모남희 인형 키링./롯데백화점/
    리바이스 한정판 모남희 인형 키링./롯데백화점/
    지난달 17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 '리바이스-모남희' 팝업스토어에 방문객이 북적이고 있다./롯데백화점/
    지난달 17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 '리바이스-모남희' 팝업스토어에 방문객이 북적이고 있다./롯데백화점/

    기성세대에겐 생소하지만 잘파세대 사이에선 온라인 오픈런을 불러왔던 ‘모남희’ 키링이 대표적이다. 모남희는 와인과 굿즈를 판매하는 대구 소재 소품샵에서 시작해 최근 키링으로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다. 글로벌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의 팝업스토어에 모남희 키링과 협업하자, 키링에 입힐 데님을 구하기 위해 잘파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오픈 첫날 모남희 키링 판매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됐음에도, 구매 대기 줄은 당일 새벽 2시부터 시작됐다. 오전 8시 50분 입장 번호표 배부와 함께 판매 대기가 마감, 조기 품절됐다. GS리테일은 지난달 키링 완판 브랜드 ‘모남희’와 상품 개발 협약을 맺고 MZ 소비 트렌드를 선도할 차별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역시 키링 관련 상품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 3사에는 지난해 슈퍼마리오, 산리오, 짱구, 포켓몬스터 등의 캐릭터 키링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캐릭터 키링이나 피규어 등을 사탕류와 함께 담아 만든 토이캔디 매출이 껑충 뛰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내놓은 롯데월드 럭키랜덤키링./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내놓은 롯데월드 럭키랜덤키링./세븐일레븐/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도 인형 키링이 출시되고 있는데, 브랜드 팬덤 중심으로 상품에 대한 소장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경품이나 브랜드 사은품을 ‘키링’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 보테가베테다, 버버리, 프라다 등 명품뿐 아니라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마지셔우드 등 디자이너브랜드에서도 키링을 내놓고 있다.

    이지현씨는 “평소 좋아하는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내놓은 키링을 어렵게 구했다. 협업 상품의 경우 한시적으로 만든 물량이어서 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더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기 비결은= 지난해 캐릭터 ‘띠부띠부씰’로 시작된 네버랜드 신드롬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많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의 추억의 자극하는 캐릭터에 대한 향수가 소비로 이어지곤 한다는 것이다. 또 남들과 다르게 ‘커스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취향을 중요시하는 1030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비결이다. 키링을 꾸미면 트렌드는 따라가면서도 차별화된 개성을 나타낼 수 있다.

    ‘커스텀’은 개인의 취향이나 요구에 맞게 제작되거나 수정된 제품을 의미한다. ‘흔템(흔한 아이템)’이지만 키링을 내 취향껏 꾸미면 독특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 키링을 커스텀할 수 있는 액세서리는 옷뿐만 아니라 가방, 안경, 헤드셋, 헤어롤 등 다양하다.

    이지현씨는 “키링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키링 전용 옷과 악세서리들이 많다”며 “저번 장마 땐 키링 인형 우비를 샀는데, 겨울에 맞는 옷을 장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키링이 인기를 끌면서 파생되는 콘텐츠들도 많아지고 있다. 비즈, 아크릴 소재의 키링 만들기 세트가 판매되고 있으며 쿠로미, 짱구, 포켓몬스터 등의 인기 캐릭터로 만들어진 랜덤 키링 언박싱은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소유할 수 있는 귀엽고 앙증맞은 아이템은 잘파세대뿐 아니라 이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20~40대에까지 사랑받고 있다”면서 “한동안 이러한 유행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유통업계의 캐릭터 활용 방식은 더 폭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키링 사진= 패션플랫폼 K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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