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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최 데이비드(CHE DAVID)의 꿈- 박태종(경남도립남해대학 금융회계사무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11-07 19: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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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 데이비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로서 필자의 학과에 재학 중인 유학생이다. 필자가 가르치는 과목은 주로 컴퓨터실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수업 전 반드시 컴퓨터 작동 여부 확인, 프로그램 설치 등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학생들의 도움이 필수적이지만 작업량이 많아 일반 학생들은 힘들어한다. 오전 8시 학교식당에 제일 먼저 온 데이비드는 “교수님, 오늘은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대개 실습실 정리와 학습 멘토 역할을 부탁한다. 그러면 언제나 즐거운 표정으로 “예, 알겠습니다!”하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귀찮아하는 일도 기꺼이 맡아 솔선수범한다.

    데이비드의 선조는 일제강점기 때 만주를 거쳐 러시아 극동 연해주로 건너간 고려인이다. 1920~30년대 소련은 고려인이 일본 간첩이 될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중앙아시아 이주를 강행했다. 당시 고려인들은 당장 연명에 필요한 생필품이나 양식도 없이 강제로 수송열차에 태워졌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려인이 사망했고,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이때 강제 이주된 곳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지역이다. 고려인들은 버려진 땅을 개간해 벼농사를 지었고 해마다 풍성한 추수를 거두며 현지 정착에 성공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역사처럼 데이비드 역시 도전과 극복의 가족사를 들려준다. 아버지가 심장병을 앓기 시작하자 어머니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입국한 것이 한국과 인연의 시작이었다. 타슈켄트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 후 한국으로 이주한 데이비드는 주말마다 한국어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특유의 성실성으로 자동차 정비대회에 참가해 경남지방대회 1위도 차지했다.

    오늘도 데이비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날마다 훌륭히 살아가고 있다. 러시아어와 우즈베키스탄어 실력을 활용해 구소련의 독립국가연합(CIS)과 무역하는 일, 우즈베키스탄인의 한국 적응을 위해 봉사하는 일 등을 장차의 꿈과 비전으로 품고 있다. 아침 8시 학교식당. 언제나처럼 최 데이비드가 큰소리로 인사한다. “교수님, 오늘은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박태종(경남도립남해대학 금융회계사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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