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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성찰 없는 공부, 공부 없는 성찰- 강종철(마창진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 기사입력 : 2023-11-13 19: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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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창원 용지호수에서 기후 캠페인을 할 때였다. 지나가던 어르신이 검지로 종이 펼침막을 가리키며 한마디 던졌다.

    “그거 다 조작된 거야!” 확신에 찬 어조에 순간 섬뜩함을 느꼈고 무엇이 조작되었다는 것인지를 생각했다.

    기후 위기로 당장 죽을 것이라는 종말론은 어쩌면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변화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어려움 속에서도 인류가 금방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재난이 급증하고 농사짓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삶의 방식도 변해가는 것은 기후변화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퇴계 선생은 성찰하지 않는 공부는 시간 낭비고 공부가 없는 성찰은 위험하다고 하였다. 지금 우리 시대는 자기주장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인해 다른 주장을 배척하고 심지어 적으로까지 돌리는 극단적 대립의 사회가 되었다.

    공부가 없는 성찰로 인해 이념의 노예가 되었거나, 성찰 없는 공부로 인해 본 것만을 절대 진리로 믿는 편향을 갖게 된 듯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편향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무지보다 위험한 것이 배타적 자기 확신이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보다 한 권만 읽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까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려왔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거나 탈원전 탈탄소 등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것을 공산 전체주의 반국가세력의 선동이라고 단정하였다. 정치와 경제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창의성과 유연성이 사라지고, 정책은 없고 법만 가득한 공포사회를 만들었다. 오로지 법률 지식과 상명하복의 검찰 조직문화에 길들여진 대통령에게 뉴라이트라는 책 한 권이 머리에 주입되면서 그것이 전부이자 진리가 되어버렸다는 지적이 일면 타당해 보인다.

    보궐선거 이후 대통령은 변하겠다고 하였다. 성찰은 늘 자기부정에서 출발한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다른 이의 생각을 듣는다면 우리 사회도 대립과 갈등보다 정당한 경쟁을 통한 포용과 배려가 넘치지 않을까.

    강종철(마창진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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