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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슈링크플레이션-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3-11-16 19: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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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9월 잠실 한강공원, 대학생 2명이 국내 과자 150개를 테이프로 엮어 만든 보트에 올라탔다. 강 건너 반대편 잠실대교 북단에 도착하는 게 목표였다. 다소 기우뚱거리긴 했지만 ‘과자 보트’는 30분 후 한강을 무사히 건넜다. 값을 올리지 않는 대신 과자량을 줄이고 질소로 나머지 공간을 채운 일명 ‘질소 과자’에 대한 항의성 이벤트였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서비스!’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이 영상은 꼼수 업계에 일침을 가했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양 줄여 팔기’로 수익을 꾀하는 기업의 편법 상술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같은 가격에 냉동 핫도그나 만두의 개수를 슬쩍 줄여 팔고, 과자나 맥주, 참치캔 등의 용량을 10~20% 줄이고는 소비자들에게 안내하지 않고 판매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명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고지 없이 제품 용량을 줄여도 포장 표시와 일치하면 문제가 없다. 업체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만행위를 했지만, 사실상 그 책임은 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을 고지하는 의무를 법으로 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기업의 양심’에만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총선 정국이다. 뉴스에서는 ‘대대적인 당 혁신’이니 ‘서울·부산 메가시티’와 같은 표를 겨냥한 공약들이 연일 터져 나온다. 익숙한 풍경의 재연이다.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도, 슈링크플레이션을 시도하는 기업도 단기적인 이득은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불신이란 타격을 입게 된다. 불신 과잉 사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치르기 마련이다. 믿고 살 수 있는 기업, 믿고 찍을 수 있는 정치인이 더 많은 내일을 바라 본다.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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