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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3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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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 향해… 부모들은 몸을 던졌다

창원서 장애인부모연대 오체투지
“주거·교육·노동 3대 권리 보장해 장애인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제주·경남 거쳐 전국서 행진 이어가

  • 기사입력 : 2023-11-19 20: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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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인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두고 있는 조복희(진해구·53)씨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몸을 내던진 이유다. 그는 “아이가 가진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열심히 치료만 하면 우리 아이도 혼자 자립해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바뀌는 건 없었다”며 “결국 발달장애인이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발달장애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남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 17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대로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 17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대로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17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경남교육청 앞 도로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권 △통합교육권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에 나섰다.

    연대는 오체투지에 나서기 전 결의대회에서 “국가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생활권을 보장하고, 통합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동료지원가 사업 예산의 원상복구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발굴해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발달장애인의 3대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윤종술 경남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서울역 노숙시설의 공식 데이터를 보면 서울역 노숙자의 36%가 발달장애인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60% 가까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이어 올해도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발달장애인이 살아갈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다. 이들을 위한 정부의 주거생활 서비스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허성무 전 창원시장, 법안 창원시불교협회장, 김은정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정혜경 진보당 의창구위원장,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 최진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 등 각계각층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법안 스님은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주거, 교육, 일할 권리는 보장받아 마땅하지만, 당연한 권리를 얻지 못해 장애인 자녀를 둔 많은 부모가 오늘 길거리에 나와서 집회를 하는 건 부끄럽고 불행스러운 일”이라며 “장애인은 시혜의 대상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한 가족과 형제라는 생각을 갖고 손잡고 가야 할 대상이다. 국가와 지방정부는 당연히 장애인들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의대회가 끝난 오전 11시 30분께 하얀 민복을 입은 200여명의 발달장애 부모들은 도교육청 앞 도로 1·2차선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발달, 장애, 차별, 멈춰”를 외치며, 각 구호에 맞춰 세 걸음을 내딛고, 마지막 구호인 “멈춰”에서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온몸을 던졌다. 800여명의 발달장애인 자녀와 부모들도 손을 맞잡고 오체투지단과 함께했다. 연대는 이날 도교육청 앞 도로에서부터 창원KBS 사거리를 지나 낙동강유역환경청까지 1㎞가량을 행진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15일 제주와 이날 경남을 거쳐 부산·울산·경북·대구 등 전국에서 오체투지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 일정은 20일 부산에서 진행된다.

    김영현 기자 kimgij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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