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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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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건설업의 지역상생- 김정민(정치부 차장)

  • 기사입력 : 2023-11-20 20: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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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민 정치부 차장

    봉황새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꽃이 있다. 바로 손톱에 곱게 물들이는 봉선화다. 인도와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이지만, 우리나라 토종 봉선화도 있다. 바로 봉선화과의 한해살이 풀인 물봉선이다. 꽃의 생김새는 위쪽에는 작은 꽃잎, 아래쪽에는 넓은 꽃잎의 통꽃으로 끝이 한데로 모이는 깔때기 모양이다. 꽃의 맨 아래쪽에는 꿀주머니가 있다.

    ▼통상의 식물과 곤충 간 공생처럼, 꿀벌이 깔때기 모양의 좁은 통로를 드나드는 과정에서 꿀을 내주고 꽃가루를 옮겨 수분할 수 있도록 생겼다. 하지만 꿀주머니에 구멍을 내 ‘단물만 쏙 빼 먹는’ 얌체 곤충들이 있다. 뒤영벌과 어리호박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낸 구멍을 통해 땅벌이나 밤나방들도 꿀을 훔쳐 간다. 자연 생태계뿐 아니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건설업계에서도 이런 얌체들이 존재한다.

    ▼지역 건설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역 업체는 외면한 채 외지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대형 건설업체들이다. 지역에서 건설공사를 수주했다면 그 낙수효과가 지역으로 돌아와야 함에도, 기존 거래업체를 끼고 돌면서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을 야기하고 있어서다. 외지 건설업체의 단물 빼 먹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남과 창원의 건설 위상 추락과 지역 하도급 업체의 빈곤 악순환도 이런 연유에서 기인한다.

    ▼사업비 9553억원인 창원 대상공원 개발사업의 경우, 40% 이상 지역업체를 이용하도록 창원시와 협약을 맺었지만 하도급 비율은 현재 17.4%에 불과했다. 지난 3월(14%)과 비교해 늘어난 수치는 고작 3.4%다. 지역 하도급 비율이 83%인 사화공원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민간사업자의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페널티 부과 등 보다 과감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안방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는 호구(虎口) 취급받기 십상이다.

    김정민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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