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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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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설·IT제품에 벽돌까지 수도권이 독식하는 경남

  • 기사입력 : 2023-11-21 21: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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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 공공기관들이 IT 물품을 구매할 때 수도권 업체 물품을 90% 이상 수주하고 도내 업체의 물품은 2%밖에 구매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경남 도민들이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다. 본지가 조달청의 나라장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7일 기준 올해 경남도, 도내 시군, 도교육청, 학교, 출자·출연기관 등 도내 공공기관의 데스크톱 컴퓨터 구매액의 92.4%를 수도권 기업이 수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내 공공기관들이 컴퓨터 구매에 사용한 금액은 227억 1966만원인데, 이 중 경기도 업체들이 117억 9145만원을, 서울 업체가 92억 1114만원을 수주해 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남도교육청이 관급자재를 조달하면서 벽돌까지 경기도 업체에서 사오는 것으로 경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나 망신살이 뻗치는 분위기다. 도의회 예상원(밀양2,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 “벽돌까지 경기도에서 사 오는 게 맞냐”는 질의를 하자 도교육청 시설과장은 “도내에서 생산하고 조달에 등록된 업체가 있다면 우선 발굴해 사용하겠다”고 답변했다 한다. 공공기관과 조달을 하고 싶어 하는 업체들을 만나보면 공공기관 일부 담당자들이 우수 제품을 소개하면 거래 실적이 없다는 둥, 기존의 거래처가 있다는 둥 온갖 핑계를 대면서 예산절감까지 가능한 업체를 배제한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 더욱이 이번 벽돌 문제는 도내에 우수 업체가 없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시설직의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방증일 수 있어 철저한 후속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본지는 최근 창원 대상공원 민간개발 특례사업에 지역업체 참여비율이 17.4%밖에 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민간사업자를 비난한 바 있다. 경남에서 벌어지는 공사도, 도내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IT물품과 벽돌까지도 수도권 제품으로 채워진다면 지역업체와 지역의 존재 의미는 사라진다. “전라북도 교육감이 쓴 책을 보면 ‘시설직의 카르텔을 극복 못하고 그만뒀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한 예 의원의 말을 귀담아야 한다. 지역 불균형을 정부가 조장한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우리가 우리를 불신하고 버린다면 지역업체의 설 자리는 한 곳도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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