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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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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메가 서울, 메가 블랙홀- 이지혜(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11-26 1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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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홀(Black hole)은 중력이 매우 강해 빛을 포함한 어떤 물질도 탈출이 불가능한 시공간 영역을 말한다. 그 본체는 중심에 위치한 표면적이 0인 질점이며, 이는 일반적으로 무거운 별이 죽은 후 중력 붕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 천체를 중심으로 형성된 구형 표면은 그 내부의 빛이 전달되지 않아 암흑의 구체로 보여서 블랙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600여년간 한반도 중심이었던 서울은 엄청난 중력으로 작아도 무거운 것들부터 빠른 속도로 빨아들였다. 산업과 교통, 의료 등이 먼저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일자리와 청년, 교육이 빨려 들어갔다. 이어서 문화와 서비스, 삶의 기회마저도 블랙홀 서울 속으로 향했다. 블랙홀의 효과로 국토의 겨우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살게 됐고, 지역내총생산의 비중도 이미 절반을 넘어서 수도권 편중이 OECD 26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김포시 서울 편입’을 꺼내 들었다. 이른바 메가 서울. 지역민 여론이나 논의 과정, 결과에 따라 광명·구리·하남 등 주변 지역도 편입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니 블랙홀 서울의 몸집을 더 불리는 모양새다. 총선 표를 노리는 정치권과 서울 인근 지역민의 기대로 더 강력해진 블랙홀이 오랜 시간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논의하고 고민해 온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담론마저 삼켜 버릴 기세다.

    ▼정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건가. 개똥밭에 굴러도 서울이 나은 걸까. 몸집을 키우며 더 강력한 중력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서울 속에서 블랙홀 인근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는 물리적 성질을, 블랙홀은 그 크기가 클수록 소멸까지의 시간도 길어진다는 이론을 떠올린다. 거대한 블랙홀 내부에 빨려 들어간 물질로 구성된 소우주가 있다고 주장한 어떤 이의 가설처럼 정말 거대한 블랙홀 속 ‘서울공화국’이라도 만들려는 심산일까.

    이지혜(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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