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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호떡- 정민주(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11-28 19: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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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색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밀가루 반죽이 출렁인다. 당겼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치대던 반죽을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낸다. 찰진 반죽 가운데 흑설탕, 호박씨, 볶은 땅콩, 캐슈너트, 호두를 부숴 넣고 계핏가루도 함께 넣는다. 기름이 달궈진 팬에 한 덩어리씩 넣고 지지다가 나무 손잡이가 달린 누르개로 넓적하게 눌러 바삭하게 익기를 기다린다. 만드는 과정부터 오감이 즐거운 호떡의 계절이 왔다.

    ▼이름에 ‘떡’이 들어가지만 이름에서 짐작하듯 전통 떡은 아니다. 임오군란을 계기로 조선에 진출한 청나라 군인들과 함께 들어왔다는 유래가 가장 유력하다. 호떡의 뿌리는 중앙아시아로, 서역에 사는 호인들이 먹는 떡이어서 호(胡)떡으로 불렸다고 한다. 아랍과 중앙아시아에서 먹는 ‘난’이라는 빵이 호떡의 원조인 셈이다. 이들의 조상이 먹었던 밀가루 빵이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속담 중에 ‘호떡집에 불났다’가 있다.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혹은 사람이 많아 가게에 장사가 잘된다는 뜻으로 활용된다. 일제강점기 때 중국인들이 몰려와 호떡 장사를 하는데, 불티나게 잘 팔렸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요즘도 속담처럼 호떡집에 불이 난다. 문제는 문 닫는 호떡집이 많아져 남은 호떡집에 불이 난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른 탓이다. 호떡 가격이 매년 오르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사 먹기 어려워 시판 ‘호떡믹스’로 해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때론 음식으로 계절을 맞이하고 회상한다. 겨울을 대표하는 길거리 주전부리 붕어빵과 호떡 역시 그러하다. 한 개당 천원을 훌쩍 넘긴 가격이 됐지만 학창 시절의 추억이 포함된 값이라 여기니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가다 마주하기 어렵다면 찾아 나서면 된다. 오늘 퇴근길엔 호떡집을 들러볼 참이다. 추운 겨울에도 발길을 붙잡던, 버스 정류장 앞 노점에서 호호 불어 먹던 호떡의 따뜻함이 그립다.

    정민주(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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