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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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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인연-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3-12-04 19: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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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인연’에서 제목을 따왔습니다. 영화를 먼저 본 후 소설책을 읽었습니다만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끝까지 이름 하나 나오지 않는, 얇디얇은 책에서 ‘아주 일찍부터 너무 늦어버렸고, 열여덟 살에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너무 늦어버린’ 자신의 삶을 닮은 그 소녀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하듯 술술 풀어냅니다.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이어서 쉽게 읽히진 않았습니다만.

    ▼드문드문 읽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은 인연 중 대상이 특정되고, 기간도 짧으며,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그래서 가장 빛나면서 동시에 가장 슬픈 인연이 바로 소설처럼 만나게 되는 연인이 아닐까 생각됐습니다. 뒤라스의 서술이, 그 스토리가 오랜 시간 읽히고 토론되는 것도 그 지점에 닿아 있거나 그 지점이 독자의 마음을 세차게 때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연은 궁극적으로 형해화됩니다. 동네 느티나무만도 못한, 그저 짧디짧은 것이 인생입니다. 생물의 삶이 모두 종족 번식이 목적은 아니지만 하루살이를 보면 처절합니다. 성충은 물속이나 물가에서 기다렸다가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올 무렵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른 후 집단으로 무리를 이루어 짝을 짓기 위해 춤을 추고 암컷은 많은 알을 낳은 몇 시간 후에 죽습니다. 이같이 하루살이에게 ‘하루’는 매우 소중한 시간입니다.

    ▼하루살이처럼 짧진 않지만 인연 중 가장 두려운 연인은 자신일 것입니다. 주인이지만 노예처럼 사는 ‘나’를 일컫습니다. 작가 이근대는 ‘너를 만나고 나를 알았다’에서 “지금 이 순간이 좋다/내가 있어서 좋고/내가 나를 사랑해서 좋다”고 노래합니다. 내가 나를 사랑해서 가장 좋다면, 거꾸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삶, 자신의 노예로 사는 것이 가장 슬프고 실패한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감정에 솔직한 것이며, 노예로 산다는 것은 남의 시선에 갇혀 사는 것일 겁니다. 잠깐이라도 주인이길 다짐합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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