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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효와 부패- 윤종덕(시인·평론가)

  • 기사입력 : 2023-12-10 19: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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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생태계를 살펴보면, 같은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 생명체가 있는가 하면,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생명을 잃는 경우를 봤을 것이다.

    식물의 경우 뿌리와 잎으로 물과 공기, 태양과 영양 등을 받아들여 열매를 맺기까지 생태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하겠으나, 올해처럼 비가 심하게 내려 꽃이 피는 시기에, 벌들의 활동 약화 등으로 꽃가루의 수정이 잘 이루지 못해 결과적으로 생산량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더해 다행히 수정돼 겨우 생장하게 된 과실마저 습기로 인해 썩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농가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소식을 접했을 땐 모두의 가슴도 철렁하지 않았을까. 한편으로 땅이 메마르고 척박해 도저히 살아남기 어려운 곳에서도 뿌리를 잘 내려서 살아가는 식물들을 발견해 힘과 용기를 얻었던 경험도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긍정적, 적극적 자세로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삶의 방식을 잘 발효시키는 생활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부패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잘 살펴보는 기회와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여기서, 발효란? 김치나 간장 등을 만드는데 필요한 효모를 말하는데, 미생물의 작용으로 유기물이 분해되는 변화이고, 부패는 부패균에 의해 단백질이나 유기물이 유독한 물질로 변화해 악취 등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즉, 발효와 부패는 다 같이 변화되는 현상이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벌써 연말 분위기다. 그리고, 내년 선거를 준비하느라 길거리에 나 붙어 있는 현수막 등을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복하고 안정된 삶이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로 자기가 소속한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을 발효시켜, 살맛이 나는 고장으로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대책과 방법 등이 마련돼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변화의 물결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지역사회가 처한 현실을 바로 보고, 지역민과 더불어 소통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미래 청사진을 실현 가능성 있게 수립하는 일에 초점이 잘 잡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지역을 사랑한다는 것이야말로 자기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지역사회를 위해서 어떠한 어려움도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아가 지역민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는 따뜻한 동반자로서 부모를 위한 자식이 되거나, 동료들을 위한 벗 또는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야 할 것이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윤종덕(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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