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8일 (일)
전체메뉴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17) 용유구자(龍有九子)

- 용에게는 아홉 명의 아들이 있다

  • 기사입력 : 2024-02-20 08:05:04
  •   
  • 동방한학연구원장

    올해가 갑진년(甲辰年) 용(龍)의 해이다. 대화 가운데 용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용은 순수한 우리 말로 ‘미리’라고 한다. 그래서 하늘의 은하수(銀河水)를 ‘미리내’라고 하는데, 용 모양을 닮은 시내라는 뜻이다.

    갑진년이 왜 ‘푸른 용[靑龍]’의 해인지, 묻는 분도 있다. 십간(十干), 즉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를 방위에 따라 배치하면, 갑을은 동쪽, 병정은 남쪽, 무기는 중앙, 경신은 서쪽, 임계는 북쪽이 된다. 동쪽은 청색(靑色), 남쪽은 적색(赤色), 중앙은 황색(黃色), 서쪽은 백색(白色), 북쪽은 흑색(黑色)이 된다. 그래서 갑진년은 푸른 용의 해가 되는 것이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몸뚱이는 뱀과 같고, 다리는 새와 같고, 얼굴은 낙타, 뿔은 사슴을 닮았다고 한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신성한 임금을 상징하여 임금과 관계되는 물품이나 행동에는 용(龍)자가 앞에 붙는다.

    용에게는 승천하지 못 한 아홉 명의 아들이 있다. 그 모양과 특징이 각각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다.

    첫째 아들의 이름이 수우(囚牛)이다.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서 거문고 등 악기의 머리를 장식하는 데 쓰인다.

    둘째 아들의 이름은 애자(??)이다. 죽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칼 자루나, 칼의 고리 등을 장식하는 데 쓰인다.

    셋째 아들의 이름은 조풍(嘲風)이다. 험난한 것을 좋아하고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궁전 지붕의 모서리에 서 있다.

    넷째 아들의 이름은 포뢰(蒲牢)이다. 두들겨 맞아 소리 지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종의 걸이를 장식하는 데 들어가 있다.

    다섯째 아들의 이름은 산예(?猊)이다. 연기(烟氣)를 좋아하고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향로(香爐)의 장식에 들어가 있다.

    여섯째 아들의 이름은 패하(覇下) 또는 비희(??)이다. 무거운 것 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비석의 받침으로 쓰인다. 우리가 거북으로 알고 있는 귀부(龜趺)라는 것도 사실은 용이다.

    일곱째 아들의 이름은 폐한(??)이다. 호랑이를 닮았고 송사(訟事)를 좋아한다. 그래서 감옥의 문이나 관아의 정문 양쪽을 지키고 있다.

    여덟째 아들의 이름은, 부희(負?)이다. 모양은 용을 그대로 닮았는데, 글을 좋아한다. 그래서 비석의 머리 부분을 휘감고 있다. 곧 비석의 이수(?首)가 그것이다.

    아홉째 아들의 이름은, 이문(?吻) 혹은 치미(?尾)이다. 입으로 마른 것을 적셔주고 삼키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불을 끄고 재난을 없앤다. 그래서 궁전 지붕의 양쪽 용마루 끝을 장식한다.

    아홉 명의 용의 아들은 다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서 그 모양과 특징과 역할이 만들어졌다. 과학자들이나 역사 연구자들이 보면 허황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문학은 상상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가상세계나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문화를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까 하여 소개한다.

    *龍 : 용 룡. *有 : 있을 유. *九 : 아홉 구. *子 : 아들 자.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