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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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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울어도 괜찮아’ 당신에게 건네는 촉촉한 위로

[책] 눈물을 참았습니다

  • 기사입력 : 2024-02-21 08: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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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을 억누르고 사는 사람들
    그림으로 토닥이고 위로 전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고등학교 때 친구 중 땀이 나지 않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한창 꾸미기 좋아하던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땀조차도 흉이어서 아무리 더워도 또 긴장해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부러운 일이었다. 정작 당사자에겐 그것이 고통임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아이의 몸은 당연히 배출해야 할 땀을 내보내지 못해서 아팠다. 여름이면 온 몸이 불덩이였고 어지러움증과 두통을 늘 달고 살았다.


    눈물도 같다. 눈물을 흘려야 할 때 참으면 병이 된다. 반대로 한 번이라도 목 놓아 울고 나면 당장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것 같던 슬픔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들곤 했다.

    우리는 자주, 늘 슬픔이란 감정을 제어하려 든다. 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깨우친 탓인지 새어 나오려는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아낸다. 그림책 ‘눈물을 참았습니다’는 어떤 이유에서건 눈물을 참아내는 여러 사람을 그린다.

    그리고 묻는다. 왜 그들은 슬픔을 억누르고 눈물을 삼켜야만 할까. 모래 위에 세운 누각처럼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자신이 눈물 한 방울로 와르르 무너져 내릴까 두려운 걸까. 그리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무너져도 괜찮다고, 무너진 뒤에야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울음을 삼킨다고 슬픔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더라고.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일에 지친 워킹맘 미경씨는 어느 날 난장판이 된 거실 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잠도 덜 깬 아이를 어르고 달래 겨우 등원시키고, 지각을 면하려고 숨이 턱 끝에 닿도록 달려간 회사에선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도 힘들단 소리 한 번 꺼내지 않았던 그녀가.

    과연 당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 같은가. ‘약해지지 말자’, ‘남들도 똑같이 힘들다’며 이 악물어도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떨쳐낼 수 없다면 지금 당신의 몸은 당신에게 울라고 한다.

    출판 책읽는곰, 40쪽, 저자 이하연, 1만5000원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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