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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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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동네 책방과 도서정가제- 홍미선(김해시 장유도서관장)

  • 기사입력 : 2024-02-28 19: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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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 창업을 소망하는 지인이 여러 명 있다. 한 명은 점포 계약까지 마친 상태. 퇴직 후에 이런 공간을 만들겠다는 동료도 있다.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동네 책방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동안 온라인서점의 진격에 밀려 폐?휴업하는 서점이 생겼지만,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550여 개에 달한다.

    동네 책방은 대형 유통망이나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점주 취향의 독립서점 형태를 띠거나 문학, 그림책, 인문학 등 주제를 한정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 저자본의 1인 자영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책을 파는 행위를 넘어, 책을 추천하고 독서 모임을 꾸리고 문화행사를 열며 지역의 문화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며 관광지에서는 책방 투어로 이어질 만큼 인기가 높다.

    책방지기를 꿈꾸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독서광, 좋아하는 일과 공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즉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다만 이윤이 적고 외로움과 동행해야 한다. ‘최저임금과 월세 감당이 목표다’라던 지인의 말이 쓸쓸하게 들린다. 그래서 다른 일과 병행하며 서점을 유지하는 이가 적지않다.

    지역민의 정주 여건에 도움이 되고 순기능이 많은 소규모 책방을 응원해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나만 꼽으라면 완전한 도서정가제 시행이다. 2014년에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정가 대비 15% 이내에서 할인과 마일리지, 굿즈를 제공할 수 있다. 출판사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60~65%의 공급률을 적용한 데 비해 동네 책방에는 75~85%에 불과하다. 대금결제 방식과 판매 부수가 현격히 차이나기 때문.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원하는 책을 빠르게 배송받으면서 저렴하게 사는 방법은 온라인서점이 단연 유리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현재의 도서정가제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15% 할인을 실제 적용해 판매하는 가격은 대형 인터넷서점이고, 출판사는 이들 인터넷서점이 15%를 꽉 채워 할인할 것을 고려해 정가를 책정한다”라고 밝혔다. 합리적인 책값 결정과 골목 책방을 살리기 위해서 정부는 도서정가제를 전면 재검토해 줄 것을 바란다.

    홍미선(김해시 장유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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