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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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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통영 화장장, 거제가 함께 쓰면 안 되나-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2-28 19: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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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장 문제에 대한 거제시의회의 결정이 아쉽다.

    통영시의 화장장을 함께 사용하자는 이 아이디어는 시민 편익과 예산 절감 외에 행정 면에서도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통계를 보면 거제시의 화장 비율은 이미 80%를 넘어섰다. 지난해 일반 사망자와 묘지 정리에 따른 개장 유골을 합쳐 총 1167구 중 972구가 화장을 택했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는 화장률이 9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거제시에 화장시설이 없다 보니 거제시민은 통영이나 고성, 멀게는 창원까지 원정 장례를 치러야 한다. 여기서 오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각 지역마다 시설이 있는 지역 주민에게 우선권을 주는 탓에 예약부터 쉽지 않다. 비용은 비용대로 물어야 한다. 거제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 통영화장장은 2022년 새 단장하면서 외지인에 대한 화장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통영시민은 10만원인 반면 관외 거주자 비용은 45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올렸다.

    통영화장장 요금 인상 이후 거제시가 화장장 보조금을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려 지원하지만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크다. 장의버스 운행비 등을 생각하면 거제시 보조금을 제하더라도 거제시민은 화장 비용으로 80~90만원은 지출해야 한다.

    거제시가 처음부터 화장장 공동사용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화장장 자체 건립을 추진했었다. 이를 위해 거제시는 지난해 9월 타당성 용역을 거쳐 보건복지부 ‘제3차 장사시설 수급 및 종합계획’에 맞춰 건축기획 용역까지 마쳤다. 용역 결과 시립화장장 건설비로 258억원이 예상됐고 이 중 160억원 이상을 시비로 충당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여기에 인접 지역 주민보상 사업에 100억원, 운영비와 주민 인센티브 등에 매년 7억원 상당을 써야 하는 것으로 검토됐다. 그래서 나온 꾀가 “이럴 거면 차라리 통영화장장을 함께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통영시도 흔쾌히 동의했다. 통영시 입장에서도 거제시민의 화장 수요가 빠질 경우 화장장 운영이 난망하기 때문이다.

    두 지자체의 협의 결과 거제시가 화장장 건립비용 등의 명목으로 99억2600만원을 통영시에 내고, 거제시민도 통영시민과 똑같은 혜택을 받기로 했다. 운영비는 이용자 비율에 따라 분담하기로 했다. 이 경우 작년 기준 거제시가 내야 할 운영비는 4억원 안팎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거제시의회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상임위 심사에서 “공동사용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면서도 “시민 절대다수가 필요성을 인정한 사업을 시민 공감대 없이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뒤집었다”며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민 편익과 예산 절감, 행정 효율을 강조하며 원안 통과를 주장했지만 수적 열세를 뒤집진 못했다. 해당 상임위는 더불어민주당 4명, 국민의힘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거제시는 이번에 동의안이 통과되면 3월 중 통영시와 협약을 맺고 5월부터 통영화장장 공동사용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이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총선을 앞둔 지역 정치인들이 거제시민의 민생 현안을 정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 아닌지 아쉬운 대목이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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