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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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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은둔형 외톨이 정책, 필요한 만큼 크게 봤으면- 허언정(경남청소년지원재단 학교밖청소년지원팀)

  • 기사입력 : 2024-03-03 18: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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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딴에는 안 한 게 없습니다.”

    은둔 자녀를 둔 아버님의 담담한 목소리 너머로 냉가슴 앓으셨을 시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10대 때 방으로 들어간 자녀는, 이제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였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과 부모 모임을 소개해드렸다.

    은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이른바 ‘히키코모리’ 익명 커뮤니티를 찾아 계속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친구를 찾고 있었고, 가까운 잡화점에 가고 싶어 했다. 새벽이 되면 방에 머물게 된 이유를 터놓기도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방 밖의 가족들에겐 차마 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런 가족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안전한 동행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저성장의 장기화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이에 작년 12월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 청소년을 위한 다부처 정책계획을 발표했다. 경남도에서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청소년기에 은둔 생활을 시작할 경우, 만성적 은둔 상태로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여, 조기 발굴하고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담인력 채용을 시작으로 방문상담·학습지원, 회복지원(가족 포함) 등 맞춤형 서비스를 4월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경상남도가 광역지자체 중에서 유일하다.

    보도자료가 나간 후, 경상남도청소년지원재단에 우리 자녀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성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딘지 등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에 열린 ‘한국 은둔·고립자 지원기관 협의회 1차 포럼’에서는 은둔·고립자의 발굴과 회복이 어렵고 전문성을 요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지난한 일”이라고 표현했는데, 호전과 악화를 끊임없이 반복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 어머니는 은둔 자녀가 탈은둔되는 데까지 10년 이상 걸렸으며, 이웃과 전문가의 도움이 컸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은둔형 외톨이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고 사업 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법령준비, 시스템 구축, 전문가 양성, 지역사회 인식개선 등 기반 강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은둔 상태가 ‘개인의 의지력 문제’ 만이 아니라는 것을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작점이 될 것 같다.

    올해 추진되는 은둔형 외톨이 정책들이 대부분 시범단계인 만큼,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여 체계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계획들을 시행해 나가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허언정(경남청소년지원재단 학교밖청소년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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